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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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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이 가득찬 하루.


BY 雪里 2002-05-27

축제도 참가하고,
아들네집도 들르고...

미리 잡혀진 시아버님 팔순잔치까지
뒤로 미루며 기다린 아컴 축제날.

출장가버린 아들방을 치우며
낯선곳에서의 독수공방으로 옆구리가 허전해선지
처음 만날 얼굴들이 궁금해선지,
늦게 든 잠자리에도 잠은 안오고
뒤척이기만 하면서도 어느새 창은 밝다.

바로 옆인걸 알면서도 아픈 다리때문에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내려 주고 간곳은 엉뚱한 공원.
돈버리고 다시 걸을만큼 걷고...

깊숙히도 자리한 야외무대앞에선 이미
운영진들의 분주함이 바쁘게 오고 가고 있으면서
참가권 꺼내 접수하니 이것저것 챙겨준다.

명찰을 받아서 "雪里"라고 쓰면서도 마음이 설레어
매직펜 잡은 손이 떨린다.
아나바다 장터에 챙겨간것 내놓으니 펴 보고 예쁘다며
교환이라도 해가라 한다.
좋은데 쓰라고 크게 인심을 쓰듯 웃어 보이면서
눈은 행여 낯익은 이름이라도 만날까 싶어 이리저리 바쁘다.

혼자라서 외로워 지려는데 눈에 익은 얼굴.
그늘밑에 있던 나의 복숭님의 명찰을 확인하고 인사하고,
그시간 이후부턴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아이디만 보며 어느새 가까워져 버리는 사람들.
나의복숭님의 구수한 입담과 배려에,
내마음 그자리에서 님에게 빠져 들었는데
여럿이서 많이도 준비해오신 여러가지 음식들까지,
어느 소풍에서 그 맛있는 홍어회의 맛을 또 보겠는가!

꼭 만나자고 약속한 같은방쓰는 이름이 눈에 안띄어
무대앞을 몇번 다녀보다가 만난 쟈스민님,
이름은 맞고 딸둘도 맞다.
난 이미 그녀에게 딸이 둘이라는것쯤은 알고 있으면서,
만남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반갑기만 했다.

미리 올라와서 서울에서 출발 했을텐데 늦는다며
염려로 바뀌려는 순간에 방송의 힘까지 빌려 나타난
수련님과 얼싸안았던 모습.
아마, 사진으로 본다면
이산가족 상봉의 장면쯤으로 보여졌을 거 같다.

우리는 서로 마음으로까지 반가와 하고 있었다.

같은 글방에 있는 이들끼리 이름표로 확인을 하며
내년에는 팻말을 꼭 만들어야겠다는
말도 해가며 모여든 글방식구들.

밝은 미소를 가진 부천의 행우니님,
여린 소녀같은 분위기의 올리비아님,
환한 차림새가 멋진 바늘님,
연한 배 같은 느낌이 드는 잔다르크님,
대전의 순디기 코스모스님과 딸 이화,
쌍둥이 딸을 둔 친구를 대동하고
딸둘과 올라온 향내나는 쟈스민님,
누구나 친하고 싶어 할것 같은 수련님,
멀리 아지트 식구들과 바삐 다녀서
이름도 못 불러보고 온 새로미님,
얼마전부터 에세이방에 들르시는 현공행님,
그리고 공주아줌마, 나.
어느새 또 보고싶어지려는 얼굴,모습들.

노래부르는 쟈스민님에게 두손 다 쳐들고
우~~~!! 하는 소리도 오랫만에 질러보고,
여성밴드의 멋진 연주와 음악에 어깨도 들썩여보고,
노래를 부르려 모인 네 아줌마의 음악에 감탄도 해보다
지나가버리는 하루는 정말 짧았다.

행사 준비 하느라 몇달전부터 힘들었을 사장님과
운영진들의 노고가 보여지는데도
불편함이 나타나는건 내년의 숙제니까 외워두고.

예약한 비행기 시간에 쫓겨서 먼저 떠나는 수련님에게
남편과 관광 나들이를 오라고 하며 보내지만,
아쉬운 마음은 벌써 내년을 기다린다.

살갗에 닿는 바람의 감촉이 서늘해지면서
분위기는 만남에서 헤어짐과 아쉬움으로 바뀌고 있었다.

다함께 마지막으로 합창을 하면서
마음은 조금씩 집쪽으로 옮겨 지는데
푸근하게 채워진 얼굴들로 가슴만 벅차다.

일행과 떨어져서 택시를 타고
아들네 들러서 내려오는 시간,
한참 진행되는 영국과의 축구중계가 궁금한데
기사 아저씨는 조용히 가시란다.

보름이 가까운지 커질대로 커진달이
서울을 지날때부터 아는척하길래,
많이 만나고 혼자 오는길이 허전해서
너라도 같이 가자하고
집에까지 서울달을 데리고 같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