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따스한 햇살이 날마다 우리의 마음을 상쾌하게 맞이 한다..
오늘은 친구가 온단다.. 항상 공부하느라 바쁜 친구에게... 모처럼의 들판에 있는 주말 농장 나들이를 시켜 주고 싶어서 오라고 했다...점심엔 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고 있는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었댄다... 마음이 착해.. 누구든지 보면.. 따뜻한 국물이라도 사 주고 싶어하는 친구.. 언제나 보아도.. 차분하고... 어머니 같은 인상을 주는 그 친구는 나의 소중한 중학교 동창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나의 작은 주말 농장의 텃밭에 심어 놓은 상추와 갖가지 채소를 뜯게 해 주고 싶었다.... 친구 집에 오느라..시장에 가서 또 무거운 과일을 사 들고 올까 싶어서 전철역에 나가서 기다렸다... 모자를 쓰고 기다리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 친구는 무심코 지나치려 하였다... 손을 붙들고 집으로 향했다.. 우리가 지나는 시장은 온갖 튀김과.. 떡볶이 냄새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그곳을 지날때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못지나간다... 그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르니.. 어찌 그냥 지나갈수가 있으랴... 친구는 내 손을 붙잡고 시장을 가자고 한다.. 그러지 말고 우리 아들 좋아하는 순대와 떡
볶이나 사가자고 제안했다.. 들녘에 가자고 오라고 했기에 돈을 쓰게 하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삼천원치 아들 먹을것을 사 들고 집에 갖다 놓고 차가운 물 한잔을 먹고... 들녘으로 향했다.
나의 소중한 주말농장....다섯평의 소중한 나의 밭... 나의 꿈과.. 소망을 심어주는 작은 공간들.... 우리는 시원한 바람을 친구삼아... 십여분 걸어갔다.. 친구는 서울에서 처음보는 밭들을 바라보며.. 무척 좋아했다.. 워낙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친구였지만....
무척 좋아한다...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그 옛날 아이스케기 먹던 식으로 둘이는 맛있게 빨아 먹었다... 들길을 걷는동안.. 우리는 마냥 어린시절로 돌아온것만 같았다.. 옛날 이야기를 하며 서로 깔깔대고 웃었다... 어느새 다다른 주말 농장... 사람들이 해 질녘
각자 심어 놓은 야채를 뜯느라마냥 행복한 얼굴들이다... 친구와 함께 우리 밭 번호 212번을 찾았다.. 친구는 신기한듯 어머 어머 하고 감탄을 한다... 고추 상추가.. 무성하게 자라 우리를 기다린듯 무척 반가워 했다.. 쑥갓은 씨를 뿌려서 인지.. 이제 얼굴을 내밀고.. 하늘을 향해 웃고 있다...미나리와 돗나물은 뜯어서 친구에게 주었다...물김치 담가 먹으라고 말이다..하하...
열무로 자란 무우는 어느새 굵은 무우로 밑둥이 제법 컸다... 둘이는 쪼그리고 앉아 손가락 만한 무우를 까서 먹었다...
아욱도 제법 자랐는데 솎아 주지 않아 야위었다... 그래도 친구는 농사라고 지은 나의 작은 텃밭이 무척 신기하고 좋았나보다...
봉지 하나 가득 뜯어 넣었다... 도시의 하늘아래.. 이렇게 행복한 일이 어디 있담... 친구에게 나의 행복함을 토해냈다..
시원한 바람이 함께 나의 행복을 싣고 떠나갔다..누군가에게 알려주려나... 미자야 ! 하나님은 나를 무척 사랑하시나봐...
모든것을 다 잃고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 이렇게 좋은 동네로 이사를 와서 도시사람이 누리지 못하는 이 행복을 누리게 하시니 말이야...
친구는 마음이 늘 부자인 나를 소리없이 바라본다...
그렇게 살아라... 그 마음의 행복을 담고 말이야...
모처럼 친구와의 데이트가 이렇게 행복할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