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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서른에 골목대장?


BY 1song2 2000-11-06


"할머니 집에 가요? 평리동 할머니 집에 가요?

평리동 할머니 집에 가기 싫은데........심심해!"

울 집 아이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할아버지', '할머니'이고,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는 '평리동 할아버지', '할머니'이다.

남편은 아이의 그 말투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만,

아이들은 단순하고, 정직하다.

아이의 말에 남편은 발끈하며,

"니는 청주 한씨가 아이다! 경주 김가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아이가 왜 친정에 가고싶어 하는지...

시엄니는 울 애를 낳자마자 3개월 키워 주셨고,

울 엄니는 그 후 부터 5년 동안 키워 주셨다.

그 외에도 이유가 있다.

친정에는 막내의 컴이 있고,

그 컴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게임이 많이 들어있다.

버? 파이터, 삼국지, 콜라쌓기, 원시인........

게다가 조카들이 오면,

발벗고 나서서 놀아주는 막내 동생(외삼촌)이 있다.

명절만 되면 막내는 골목대장이 된다.

나이 서른이지만, 아직도 조카들이 오면

스케이트 보드(생일날 선물로 받은 것, 김종서가 스케이트 보드

타는 묘기를 티비에서 본 후)를 타러 같이 공원에 가서,

조카들을 스케이트 보드 타는 법을 가르쳐주고,

손잡아 주기도 하고......

(지도 한번 타보았는디요. 그거......기분이 묘해여.

스피드감이랄까? 아슬아슬한 것이......)

롤러 블레이드를 타며, (발목 안쪽에 물집이 생겨도)

제기차기도 하고,

(두 자형, 누나, 조카들과 추석날 밤에 친정 아파트 마당에서

제기차기를 했지여.)

조카들의 온갖 장난 다 받아주고, 과자 사주고,

줄팽이........이런 것을 사놓는다.

조카들 놀이꺼리를.....

어찌 이런 외삼촌을 조카들이 싫어하랴!!!

울 애가 막내한테 그랬단다.

"삼촌! 장가가지마!!!"

언제 막내에게 조카들을 델고 놀아주는 동기를 물었더니,

"내가 어렸을 때, 누군가가 재밌게 놀아주었으면......했었거든,

아무도 놀아주지도 않고.....평생 추억꺼린데.......

내가 어른되면 애들과 잘 놀아줘야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특한 넘이 아님까요?

지 동생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