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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증탕내의 대화


BY wynyungsoo 2002-05-25

앞에 앉은 아주머님..
"아유 어깨가 욱신거리고 빠질 것 같네" 하며 땀으로 범벅이 된 어깨를 연실 주무르며..
"아 글세 어제 손자가 보고싶어 딸년 집엘 잠깐 들렸더니
딸년이 입을 댓 발이나 내밀고 있지 뭐 유 글세"

옆에 앉은 아주머님..
탕 바가지에 담긴 냉수를 연실 얼굴에 찍어 바르며,
"왜 유?

앞 아주머님..
"김치가 다 떨어진 모양이야. 그래서 어제 총각무14단 배추를 7단을 사다가 절여놓았다가 저녁 때 버무려서 대통으로 4통을 몫몫이 지어 담아놓으니 글세, 나 먹을 김치는 모자라드라구유"

옆 아주머님..
"아유 징여징여 나도 일년동안을 딸년들 김치를 해주고 있는데
요년들이 고마운 것도 몰라 유, 그 집 딸들은 용돈은 좀 드려 유?"

앞 아주머님..
"아유, 용돈은커녕.. 미련하게 자식은 팔 남매나 두었는데 글세, 계속 딸만 나오는 바람에 씨종자하나 얻으려다 팔 남매나 두었지 뭐 유, 자식은 많이 날 것이 아녀" 하며 한증탕을 나가신다.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탕을 나서시는 아주머니 뒷모습을 올려다보니, 팔 남매를 성장시킨 고뇌의 흔적일까! 다리형이 거의 오형이고 관절염을 앓고 계신지 좀 절룩절룩하는 걸음걸이가 안쓰럽게 다가왔다.

무게실린 마음인데도.. 한증을 하면서 땀을 얼마나 쏟았는지 심신의 노폐물을 몽땅, 싹 쓰리 토해낸 것 같은 후련함에 좀 가벼워진 느낌으로 부지런히 건강관리를 마치고 집으로 총총 발걸음을 옮기며 내심 이런 생각을 했다.

나도, 주둥이를 댓 발이나 내밀고 심통을 부릴 엄마가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