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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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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가득 담으며...


BY 다정 2002-05-24

손으로 세탁해야 하는 검은 셔츠를 주물거리다 보니
곰팡이 낀 타일이 눈에 들어오고
락스 풀어 곰팡이와 씨름 하다 보니
변기가 등을 두드리고
신발까지 벗어 던지고
기껏 입은 치마 부여 잡으면서 한참을 목욕탕서 헤메이다 보니
거울 속으로 산발된 아줌마가 묘하게 쳐다 본다.

엊저녁 딸아이의 휙 던져진 가방 속으로 삐죽이 튀어 나온
시험지 한장
수학 시험을 보았는지
-- 언제 꺼야?
--엄마가 관심 안줘서 말 안했어..
무심코 건네는 대답에 멍하니 쳐다만 보고 말았다

손세탁,세탁기 세탁
아무 생각 없이 같이 넣어버리면 다 엉망이 되버린다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부리면
용케 알아차린 곰팡이는 욕실을 점령하고
설렁설렁 딸을 버려 두면 무관심한 엄마로 몰아치고
별일 아니듯이 흐르고 싶은데
어느틈엔가 불쑥 바위가 물흐름을 바꿔버리는 일상들...

마음 따로 몸만 한가로이 팔베게로 누워 보니
오월의 하늘이
시리도록 부어 내린다
푸르름이 넘쳐 색이 바래 버린 그곳엔
한점의 구름도 없다.

하늘 바라기가 되어
다 털어버리듯이
흠뻑 마셔 보노라면
숨어 버린 구름도 어느새 내 눈으로 걸어 와서
흩어진 나를 가만이 보듬어 주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