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외할머니댁은 나에겐 특별한 곳이다.
그곳엔 나의 어린시절 낭만이 있고 마음의 안식처가 있다.
봄여름 가을겨울로 제각기 특별한 멋이 있던 그곳
크지 않은 냇가에서 멱을 감고 한여름엔 소나기를 피해 달음박질을 치고 과일이 날철이면 과수원집 일을 도와주며 딸기도 따먹고 포도도 따먹던 그곳 겨울에 방문을 열면 하얀 눈밭이 끝도 없이 펼쳐지던
나의 사랑하는 그곳
겨울엔 일어나기 싫어도 아궁이 불을 때는 방이 너무 추워
어쩔수 없이 일어나 할머니 밥짓던 부엌에 웅쿠리고 앉아
짚이나 솔가지를 때며 한기를 덜던나
그곳엔 내 첫사랑이 있었다.
그 어린나이에 첫사랑이라면 웃을지 모르지만
분명 나에겐 첫사랑이었다.
개구쟁이 같이 생긴 그러면서 귀엽고 입이 좀큰 아이었다.
내가 알기로 그애 엄마는 둘째 부인이었다.
상처를 했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그건 그애엄마의 흠이었다.
어쨌든 그건 나완상관없는 일이고 난 그애가 좋았고 그애도 날 좋아했었다. 함께 놀다 내가 넘어지면 달려와 손을 잡아주고
동네아이들은 히죽거리며 웃었다.
친한 아이들끼리 겨울엔 모여 알밤이며 흰떡을 구워먹었는데
우린 이불을 같이 덮고 전기놀이를 하곤했다.
그때도 우린 꼭 옆에 앉으려 했다'
난 부모님의 맞벌이로 시골에 내려와있는 원피스만 입는 서울아이었다. 그앤 동네 유지의 늦둥이 아들이었고.
전화가 귀한시절 그애는 외할머니집에 쪼르르 달려와 전화왔다는 소식을 알리고 얼굴한번 보기도 했다.
어쩔수 없이 세월은 흐르고 우리집은 서울에서 내려와 외할머니집 근처로 이사를 했다.
그애와 같은 학교를 잠시 다니게 됐는데 나중에 들은 말로
쉬는 시간에 그애가 우리반에 와 누굴 보고 있다 눈이 마주쳐 달아나더라는것이다. 누군가 보니 그게 나였다나
아주 세월이 흐르고 난뒤 그동네 다른친구에게 들은 말이다.
그렇게 초등학교시절엔 쑥스러워도 함께 동네마당에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고 아이들틈에 섞여 놀기도 했다.
어쩌다 할머니집에 갈땐 시골버스에서 마주치기라도하면 어찌나 쑥스러운지 한가지 속상한 사실은 그애가 그동네 다른여자애와 친하게 지낸단 소식을 들은것이다.
난 정말 속상했다.
그리고 그여자애를 자전거에 태우고 교회에 가는것을 직접 보기도 했다.' 난 그것이 그렇게 분할수가 없었다.
중학교시절엔 시내에서 몇번 마주친적도 있었고
고등학교땐 뒷모습한번 얼핏본것이 다였다.
그리고 어렵사리 한번 만나자고 했는데 눈병이나 올수가 없다는것이다. 그것으로 우린 소식이 끊어졌다.
지금도 우린 같은 도시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가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만 알뿐 어떻게 지내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다만 같은동네 사람이라 왠만한 애경사는 다 친정으로 연락이 오는데 그사람 청첩장은 아직 오지 않은것이다.
난 벌써 큰애가 7살 작은애가4살 삶의 때가 찌든 아줌마가 되어 있는데 그앤 아직도 미혼총각이란 말인가.
정말 우연히 라도 한번 볼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왜이리 그의 모습이 궁금한지 모르겠다.
지금도 가끔 그어린시절의 그와 내가 나오는 꿈을 꾼다.
이것은 누구에게도 말할수 없는 이상한 나만의 비밀이다.
그가 나의 이런 마음을 알지
그도 아직 나를 기억이나 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꿈을 꾸고난 날은 마음한구석이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