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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우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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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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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 관상 손금 봅니다.


BY 雪里 2002-05-18


아들은 셋에 딸 둘이 내게 태인 자식이란다.

산아 제안을 안 했으면 그만큼 낳아서
지금까지도 버둥거리며 애들 뒷 치작거리를 하고 있을
나를 생각하고 도레질을 해 버린다.

계속 되는 비덕에 나는 며칠째,
그이 말대로 자유 부인이다.

가게를 계속 지켜 주고 앉아 있으면서
내게 큰 인심이라도 쓰는듯한 표정과 여유가 밉살스러워
다른 사람은 마누라 집에 앉혀 놓고 돈 벌어다 주면서도
더 편히 못해줘서 미안해 하더라는 말이
가슴속에서 뭉클거리며 배출구를 찾고 있는걸 참느라
심호흡을 몇번하고 우산을 펴든다.

아무 득이 없는 말로 심사를 건드리는건
서로에게 도움이 안될테니까.

"화실에 있을테니 급하면 전화해요. 자유부인 갑니다."

점점더 그이는,
가게를 지켜주는건 순전히 나를 위해
자기가 봉사하는 일 쯤으로 여기는것 같아서
비위가 거슬리고 있지만
여태껏 그리하며 잘 살아와 놓고 이제사
들먹 거리는건 좀 그런것 같아서
어머님 말씀대로 술 담배도 안하며
다른 속 안 썩히는거 고맙다 여기며
다 내 팔자겠거니 하며 내 맘을 가라 앉힌다.

아무도 와 있지 않는 화실에서 먹을 갈면
묵향이 코끝에 스미며, 허공에 떠 있는 내맘을
조용히 끌어 내려서 내안으로 밀어 넣는다.

숨 몰아 쉬기 몇번에 오늘도 나는 아무 욕심도 없는
편안한 마음이되어 붓을 가지고 논다.

"**씨 손 펴봐요."
넓디 넓은 방에 세사람의 숨소리만 있던 정적이
선생님께서 들어 오시며 깨진다.

책을 한손에 들고 손바닦을 눈으로 훑으며
입을 통해 나오는 나의 운명.

이만큼을 살아서 이젠,
내 운명 스스로 내다보고 살고 있으면서도,
재복(財福)이 많이 있으면,
부부간에 정이 많아 오래 같이 할 수 있으면,
자식들이 잘 되었으면....

세상에 떨어지면서부터 움켜쥐고 나온다는 운명의 선을 믿으며,
어리석게도 나는 순간 좋다는 소리만 듣고 싶어하고 있다.

발을 벗어 족상(足)도 보며 커다란 웃음 속에서도
나는 좋다는 말만 걸러서 가슴에 담아두고 있다.

눈과 눈빛이 좋으면 관상학적으로 제일 좋다고 했다.
이마는 넓어야 좋고
좁을경우 두껍고 주름이 있으면 좋다고 했다.
갑자기 이마좁은 정치인 ㄴ씨의 얼굴이 스쳐간다.

귀 잘생긴 거지는 있어도 코 잘생긴 거지는 없단다.
입은 크고 도톰한 입술이 좋으며
눈썹은 숱이 많은게 좋고 미간은 좁지 않아야 하며
눈과 눈썹 사이가 넓으면 부자로 살 수 있다고 한다.

밖에선 더 있다 가라고 이슬비가 멈추지 않고 내리는데
선생님이 재미로 읽어주는 책에 인생을 점 치면서,
말년엔 운이 좋아져서 이름이 알려질 일이
생긴다는 말에 내심 솔깃해진 나는,
멀뚱하게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그일에다 희망을 얹는다.

아직은 한번도 그런것을 스스로 보거나 믿어본 적이 없는 내가
몸따라 마음까지 약해 진다더니
장난삼아 내 밀어 펴 보인고 있는 손바닥, 발바닥에다
내 남은 인생을 겹쳐 놓고 있는게 우습다.

복채대신 불려온 자장면을 둘러 앉아 먹는 자리.
흥미 있어하는 엄마들에게 선생님 하시는 말씀.
"그림 공부 열심히 해서 작가가 되는일이 이름 알릴 일이구만!"

자기 운명은 자기가 만들며 사는것.
오늘 하루에 충실하면서 내일을 기다리는것.
마음의 풍요가 금전의 풍요 보다 풍요로운것.

늘 가슴에서 자리하면서 내 삶을 이끌던 내 단어들이
삐죽히 고개를 내밀며 올라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