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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찔레꽃 핀 동산을 보내고 싶네요.
오동나무 보랏빛 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네요.
엄마는 못 보겠죠.
꽃봉오리가 막 돋아날 땐 조화로와 보기 좋았는데, 잎이 무성해지니 슬퍼지네요.
자식들 장성하여 시집가고 장가가 손자들까지 무성한데
당신이 아픔으로 해서 무성한 잎들이 쓸쓸하게 보이네요.
당신의 뱃속에서 나와 방황의 날을 보낸 건, 엄마의 품이 그리워서겠지요.
다리를 베고 눕거나, 품에 안겨보거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작은 것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대화를 나눠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어요.
그게 못내 서러워 숨막히는 여름으로 치닫고 있어요.
엄마가 좋아했던 일을 떠올립니다.
내가 먹지 않던 생선을 원 없이 먹여보겠다고, 손자에게 발라주던 모습.
달덩이처럼 살이 오른 내 속으로 난 내 아들을 보며,
당신 품에서 자라지 못한 나에 대한 애틋함이라 생각하니 행복했지요.
늘 먹으라고 올려놓던, 사골국물.
몸에 좋은 거다 먹어두렴 하고 말 할 것 같아 울컥하는 가슴을 누르며 먹어둡니다.
36살을 살면서 생선 다듬는 것이나, 생소한 무엇인가를 발견하면 주춤 놀랍니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는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있어요.
보신탕이요, 먹지는 않지만 당신 약이라 생각하고 해보려고요.
집 분위기가 심란해지자 속 상해 끼니를 거르게 만든 것이 맘에 걸리고요.
부쩍 마른 당신의 몸과 눈만 크게 보여 맘에 걸립니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시자 때마다 챙기던 기억이 납니다.
사랑으로 하신 일이지요, 엄마의 반의반도 못 따라가는 내가 미워집니다.
오늘 어떤 분이 왔었어요.
거래처 분인데. 시 쓴걸 보여줬어요.
찔레꽃 닮은 식물성 어머니란 내용이었는데요.
제 기억에 방학에 집에 가면, 찔레꽃 핀 언덕을 걷게 되었는데
여린 순을 꺽어 껍질을 벗겨 주시곤 했잖아요.
붉은 빛이 돌던 순은 기억나는데, 찔레꽃이 떠오르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당신 얼굴을 찔레꽃이라 생각하려고요.
세상 물정 모르는 아버지와 사느라,
자식들 입에 고기국물이라도 먹여보겠다고 한 솥씩 끓여 놓으면 국물로 배를 채워 맹꽁이처럼 배가 튀어 나왔어도,
당신은 행복하다했지요, 자식들 잘 자라고 공부 잘하면 족하다고요.
오월은 어버이날이 있어, 딸기와 성인용 기저귀 사들고 찾았었는데요.
당신의 막내딸이자 정 많은 여동생이 전화로 날 괴롭혀요.
엄마를 보러가야지 생활이 뭐고, 종교가 뭐고, 나열하면서 따지더군요.
그때나 지금이나 나돌기만 해서, 당신에게 혼나던 말을 이제 동생한테 듣네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는 안새겠누' 라고.
어쩌겠누, 당신의 분신이어도 다른 것을.
일하다 고개를 돌리면 오동나무 보랏빛 꽃이 바람에 흔들려요.
당신 창으론 뭐가 보일지.
아이고, 난 당신의 맑은 눈 영특한 머리를 닮지 못했네요.
동네 아줌마들 모여 화투판 벌이는 이층을 보며 서러운 생각이나 않을지.
당신이 거실에 누워 목아나무를 보거나 하얀 철쭉꽃과 먹거리들
쑥쑥 자라는 걸 보던 즐거움도 없겠지요.
당신의 꿈속에 함께 걷던 길, 화사하게 핀 찔레꽃 동산을 보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