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빠진 날.
오늘은 날 위해서 뭘 할까...
쓸 데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난 나란 인간을 위해서
오늘은 뭘 해주면 위로가 될까...
별 볼 일 없이 세상을 살다가
아무 의미 없이 죽을 나 자신이지만
오늘만큼은 가상히 여겨줘도 될 거 같아서..
아들놈 학교에 태워다 주고 오는 길에
한국장을 봤다.
소꼬리, 김밥꺼리, 만두꺼리, 만들어 논 반찬 등등... 사다가 부엌에 던져 놓고서
늦은 아침으로 안 매운 풋고추를 고추장에 팍팍 찍어서 배가
터지지 않을 만큼 먹었다.
나으 쌔깽이들이 선물 어쩌고 저쩌고 하길래
' 엄마는 돈이 젤 조와~' 하고서 뱉아 놨으니
쓸 데 없는 것을 사들고 오는 일은 없겠고.
오래 전에 아들놈이 알바해서 번 돈을 뺏아서
딸내미 비밀금고에 뒀었는데
오늘 그 돈으로 목걸이를 하나 살까 궁리를 했지.
왜?
내 생일이니까...
그나저나 마흔이 훌쩍 넘은 아지매가
지 생일이랍시고
퇴근해서 돌아올 남편 손에 뭣이 들려 있을지
어쩌자고 이렇게 궁금한겨?
아침 밥상머리에서 저녁에 삼페인 터트리자고 하던데
설마 나보고 사 놓으라는 소리는 아니었겠지?
엊저녁 잠자리에서 내가 그랬다.
- 마누라 생일이나 따위따위의 기념일이 고작 일 년에 한 번 뿐인데
당신 표정을 보면 마랴...
노인네가 끊기지 않는 생리를 하면서
떨떠름하고 짜증스런 얼굴... 꼭 그렇게 보인단 마랴마랴..
풋고추와 고추장으로 아침 생일상을 때우고
또 장을 보러 갔다.
통갈비, 연어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생선포.
이것저것 주섬주섬 주워 담아서
헐레벌떡 집으로 돌아왔다.
목걸이나 귀걸이 한 개 쯤 사려고 작정을 했었는데
막상 고르려고 보니까 망설여지더라구... 전에 맘에 뒀던 것이 그대로 있긴 했지만
결국 사지 않았다.
변덕스런 내 맘은 나도 몰라, 며느리도 몰라~
남편이란 위인은 종일 전화 한 통 없고...
이래서 내가 기념여행을 떠날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나홀로 여행을 건의 했다가 허락을 받지 못했음)
저녁 밥이나 같이 먹을 수 있을련지 몰것따.
애들이 오늘 저녁은 외식하자고 제의를 했지만
어쩐지 내키지 않아서 허벌난 저녁상을 손수 준비하고 있는 거다.
지 생일 날이라고 쬠 신경을 썼다고나 할까.
우라질, 이럴 때는 웃어야 하는 거냐, 울어야 하는 거냐.
오늘 저녁에 벌어질 울 집의 잔치에 대한 보고는
이름하야 커밍수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