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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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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곯는 딸


BY newyorker 2002-05-14

"민우, 너 나중에 군대 갔을 때 말야.
우리 식구가 한국에 산다면 모르지만 지금처럼이라면
아무도 널 면회 갈 사람이 없을 텐데.. 어쩐다냐?"
(참고로 우리식구는 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들 고1, 딸 중2)

공부에 게을리 하는 폼새가 어찌나 밉던지
군대 보낸다는 소리에 자극을 쫌 받으려나 싶어서
네 식구가 장보러 가는 길에 내가 아들놈을 겁 주려고 뱉은 말이었다.

"민주, 너도 군대가라~
군대에 가면 말이야, 빤쓰도 공짜고, 생리대도 공짜다."

"정말? 오빠?
근데, 먹는 건?"

"물론, 먹는 것도 다 공짜여~"

제 놈을 군대에 보낸다는 내 말에 대한 반응으로
동생에게 군대 가라는 말로 눙치는 놈에게
어떻게 따끔하게 해줄까 궁리하는 중에
다시 들려온 딸의 기가 막힌 한 마디,

"오빠! 난 말야. 먹는 것만 실컷 먹을 수 있다면
군대가는 거 consider 해볼 꺼야."

아니, 세상에...
내가 언제 굶긴 적이 있길 하나.
많이 먹지 말라고 밥그릇을 뺏은 적이 있길 하나.
살 때문에 제 스스로 먹는 것을 조절하는 것이
좀 힘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도대체 어떻게 그런 말이 술술 입밖으로 나왔는지..
먹는 것에 포한 맺힌 사람처럼.

요새 세상에도
배 곯기 싫어서 군에 입대하는 불쌍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것도 내 자식이 바로 당사자라니.

병역을 기피하는 인간들에게
배를 곯게 하고 볼 일이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군대에 간다고 할 테니.

애초에 아들놈을 겁주려던 군대 이야기가
딸의 엉뚱한 소리에 눌려서
본전도 못 찾은 꼴이 되버린..
불쌍한 에미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