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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에 냇물하나 흘렀으면...


BY 후리지아 2001-04-18

내 유년을 보낸곳은 남한강이 흐르는 곳이였다.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개울에서 빨래, 세수, 나무새씻기까지...
그야말로 냇물은 우리에게 주는것이 너무도 많았다.

난 어릴때 부터 유난히도 빨래하기를 좋아했다.
빨지 않아도 되는 수건이며 양말을 들고 개울로 나온다.
동네를 가로질러 흐르던 개울의 발원지는 오갑산이란 곳이였다.
유년을 보내며 다녔던 초등학교 교가의 첫소절도
"오갑산 영봉에 햇발이 솟고..."로 시작을 했으니...
정상까지 한번도 올라간 적이 없건만 그산의 모든것을
알고 있다는 생각으로 유년을 보냈으니까...

맑았던 그 개울은 여인네들의 삶이 서려있었고
동네의 소식을 주고 받는 장소이기도 했다.
햇살맑은 봄날...
양은대야에 빨래를 그득히 담아 개울엘 나간다.
양쪽으로 평평한 돌을 빨래판으로 사용했고...
한쪽에 서너개의 빨래판이 놓여있던 그곳...
빨래를 개울물에 헹구어 진고동색비누(지금처럼 흰색이나
파란색이 아님)칠을 한다음 조금만 손으로 조물락 대노라면
마음속에 엉키어 있던 어리디어린 힘겨움까지 거품에 실리어
냇물을 타고 떠내려간다.

방망이로 두들겨 냇물에 헹구어 내노라면...
마음도 깨끗해 졌던 그냇물...
아무리 많은 구정물을 흘려보내도 냇물은 금방 살살거리며
맑은물로 정화가된다.

아!
어쩌면 냇물은 그렇게도 착할까.

여름밤이 되면 동무들과 짝을지어 개울의 상류로
목욕을간다.
여름밤 개똥벌레가 춤추던 그개울...
달뜨는 밤이면 흐드러지게 지천이던 월견화...
그 어느것 하나 버릴수도 지울수도 없었던
내 유년을 생각하면 눈물이난다.

지금은...

휴일이면 빨래를 빨아 표백제를 넣어 삶아내어도
유년처럼 햇살에 반짝이던 빨래로 만날수가없다.
냇물도 나도 오염이 되어서...

많은 구정물을 흘려보내도 금새 맑은물로 살살거리던
그 맑은 냇물하나 내마음에 두고싶다.

내마음에 유년의 맑은 냇물하나 흘렀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