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해진 피부와, 생전 뭐가 잘 나지 않는 얼굴에는
오늘 아침엔
선천적으로 있는 쌍커풀위에 흰색샤도우를 깨끗하게 펴바르고,
이러는 내가 착각속에 빠져 있는 것이라 해도
평소의 나는 좀처럼 눈화장을 잘 하질 않는다.
가뜩이나 큰눈이 쏟아지기라도 할듯 마스카라라도 칠하려면
은은한 핑크빛으로 입술 화장을 마치니
사무실에 들어서니 ...
평소 내가 얼마나 수더분하게 하고 다녔으면
그래...
그런데 새벽에 눈뜨자 마자 출근하는 남편에게는
자신의 아내도 가끔씩은 저렇게 변신을 해 보고 싶은 사람이다라는 걸
난 절대로 멋쟁이는 아니다.
늘 그날이 그날같은 일상속에서
어떤날은 진한 컬러의 루즈로 엑센트를 줄 것이며,
20대에는 피부 좋은 것만 믿고서
언제부터일까...
누군가 그런말을 하는 걸 들은적이 있다.
내 생각엔 누구나 거의 매일 하고 사는 화장은
변장에 가까운 요란한 화장술이 아니고서라도
나는 화장을 즐겨 꼼꼼히 하는 여자도 아니지만
여자에게 있어서 화장은
정말이지 은은하게 늘 한듯 안 한듯 화장을 잘하는 여자가 되어보고 싶다.
시간이 갈수록 밑그림을 그리는데 시간이 더 걸릴지는 모르지만...
아뭏튼 앞으로도 오래도록 그런 정성으로 자신을 돌아볼줄 아는
여자가 화장을 한다는 것은 ...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흐른다 하여도
나이들어 생긴 자연스런 주름사이로 곱게 스며든 화장은
우린 모두는
여자는 문득
거울속에 내가 아닌 내가 보인다.
요즘들어 오톨도톨 뭐가 난것 같기도 하고...
눈밑에 약간 그늘이 생긴것도 같고 ...
아뭏튼 요즘 내가 본 내 모습이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주 오랜만에 정성들여 눈화장을 해 본다.
가끔씩은 그러고 싶을때가 있는 걸 보니
아직은 그래도 좋을때가 맞긴 맞나보다.
눈꼬리쪽으로 살짝 연하늘색을 바른다.
그리고 라인을 그리듯이 청회색으로 칠해 주니
갑자기 눈이 시원해진듯 하다.
스스로 예뻐진듯 느끼면서 살아갈수 있는 것도
삶의 자그만 지혜가 아닐까 싶다.
지나치게 눈만 강조하는듯 하여 어색할때가 많다.
한결 생기있어 보이고, 피부도 다른날보다 깨끗해 보여서
오늘은 청회색 투피스를 입기로 한다.
사람들이 웬일이냐고... 오늘 무슨날이냐고.... 물어 온다.
마치 무슨 신부화장이라도 하고 나온양 호들갑들을 떤다.
누군가 아직 내게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는 것
보아주고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일 것이다.
정작 모처럼 정성들여 화장한 얼굴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에게도 보여주었어야 했는데...
아쉽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간직한 채
나이들어 가고 싶어하는 사람중의 하나이다.
남다른 오늘 하루를 연출하기 위하여
가끔씩은 나만이 아는 작은 이벤트를 열어볼 생각이다.
마음대로 될진 모르지만 또 어떤날은
눈이 부시도록 깨끗하고 단아한 피부로 생동감을 줄 것이다.
끈적인다며 썬크림도 바르지 않던 시절 ...
서서히 피부에 화장을 입히기 시작하고 ...
그러면서도 바쁘다는 이유로 손질하는 것을 게을리 한탓인지
이젠 나도 피부에 신경을 쓸 때가 되어가는 것만 같다.
나이든 여자의 자연스러운 주름은
오히려 편안한 여유로움 같아서 좋아 보인다고 ...
여자에게 있어서
자신감의 회복이 아닐까 싶다.
얼마든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신의 얼굴에 그림을 그려볼수 있는 자유를
여자로 태어나는 순간 부여받은건 아닐까?
화장품을 고를때 만큼은 컬러나, 느낌 뭐 그런것들을 선택하는 일에
꽤나 시간을 들이는 편이다.
감추고 싶은 비밀을 만드는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을 가장 자기답게 표현할 수 있는
한껏 주어진 자유스러움일지도 모른다.
예쁜 여자이기 보다는 멋스러운 여자로 나이들어 갈수 있었으면...
자기 정돈이며,
만나는 이에 대한 예절이며,
흐트러지지 않는 자신의 가꿈일 것이다.
변함없이 자신에게 꾸준한 관심을 지니고서
매만지며 살수 있다면
여자로 사는 일이 즐거워질수도 있을 것이다.
살아온 세월만큼의 연륜으로
그 어떤것보다 깊이 있는 아름다움이 그 속에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듯
자신에게 좀더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하루 하루 남다른 이벤트를 하며 살아가면 어떨까?
아침 화장을 하며 ...
그런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