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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시작과 끝


BY 지아 2000-11-04

허전함을 메운다는 건... 지금은 그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은행에 볼일이 있는 것을 핑계로 집을 나섰다.
길을 걸었다. 지름길이 있지만 일부러 많이 걷는 쪽을 택했다.
걷고 또 걷고 ... 살 것도 없으면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상점들을 둘러 보았다.
그렇게 걷고 보낸 시간이 3시간 .... 30분이 면 될 일을 그렇게
보냈다.
그러다 커피숍에 들어갔다.
두달여 동안 마시지 않던 커피를 한잔 시켰다.
커피 향은 여전히 좋았다.
창밖의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언젠가의 나처럼..................
두달전엔 한 아이의 엄마였다.
아이와 언제나 바쁜 하루를 보냈다. 씻기고, 먹이고, 공부가르치고, 안아주고 같이놀고,재우고,언제나 우린 같이 있었는데, 지금은 .....
가을이 시작되던 날 아이는 내 곁을 떠났다.
눈물 ,세상의 분노, 그리고 기도
사십구제를 지내고 나니 가을이 끝나가고 있었다.
오늘 나는 창밖으로 과거의 나의 모습들을 보았다.
아주 행복했던 나와 아이의 모습을 .....
커피숍 의자에 앉아 있는 지금의 나는 세상에 대한 아무런 느낌,
생각이 없다.
그저 멍할 뿐이다.
학창시절엔 가을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혼자 커피숍에 앉아 차를 즐기고 가을의 정취를 즐기곤 했는데..
오늘 나는 잔혹한 한가로움에 몸을 떨어야 했다.
오년만에 반갑지 않은 이 한가함으로 커피숍을 들어가보고
차를 마시고...... 가을이 끝나가는 세상의 이 한날 혼자인 나.
세상사람들과 분리 되어 있는 나. 나와는 무관하게 돌아가는 이세상을 멍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