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치고 낮게 내려앉은 어둠이
한낮인데도 꽤 깊다.
사람위에 사람이 걸터 앉아 있는데
그 모습이 왜그리
낯설고
그들위에는 없는 어둠이
왜 그리 부러운지
딸내미 유치원차를 기다리며
내내 그들을 보았다.
며느리인지 딸인지
노모가 걸터앉았는데
허리를 꼭 싸안고
비온 뒤 간드러지는 바람을
머리카락으로 저어내는 모습이
아름답다.
며느리인지 딸인지
그녀 역시 머리가 하얗게
누군가의 할머니인것 같다.
형용할수 없는
소담스러운 행복이
절로 밀려왔다.
큰아이의 손에 떠밀려
집으로 가는 그 짧은 계단위에서도
나는 그들을 본다.
눈을 뗄수가 없다.
나는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으로
누군가의 허리를 껴안을수 있을까..
아니..내 딸은
내 허리를 저렇게 안아줄까...
이제 유치원다니는 다섯살박이 딸의
과자 사달라는 보채는 소리가
야속해지는
저 아름다운 그들의 동행에
나는 마음속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손바닥으로
박수를 보낸다.
가장 큰 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