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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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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편지


BY 쟈스민 2002-05-08

어버이날이라고 ...
딸아이는 빨간 카네이션 두송이와,
엄마아빠께...로 시작되는 편지를 이쁘게 접어서 건넨다.

작년까지는 학교에서 종이로 오려 만든 꽃을 주더니만
올해에는 어제 오후 직접 문방구에 가서 산 모양이다.

어제 저녁 퇴근하고 아이들이 카네이션을 샀다고 하길래
어디서 샀느냐고 넌즈시 물었다.
그랬더니 문구점에서 샀으며, 가격은 얼마며, 어떤 종류가 있더라는 둥
바구늬에 담겨진 건 비싸서 그냥 싼걸로 샀다는 등등
미처 엄마가 묻지도 않는 말들을 쫑알거린다.

생화는 금방 시들어서 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오래도록 두고볼수 있도록 조화로 만든걸 샀다고...
일일히 세세한 설명을 하는 아이의 순수함이 참 이쁘다.

편지지는
아이가 손수 정성껏 꾸민 핑크빛이 감도는 것이었는데,
바깥 테두리를 꼼꼼하게 채색하여 만들어 제 나름대로는 한껏
정성들여 만든 듯 싶었다.

편지의 내용은
엄마가 매일 직장다니시느라 힘드신데 학교에서 행사가 있을적마다
꼭 오셔야 한다며 투정을 부린 자신을 반성하는듯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엄마에게 받은 것에 비하면 자신이 해 드린것이 없는것 같다는...
초등학교 3학년생이 쓴 편지라기에는 너무도 어른스럽고 생각이 깊었다.

그 편지를 읽어내려가는 내내 나는 그저 감동의 눈물로 눈시울이 불거졌다.

아이는 조목조목 자신이 그동안 해온 행동에 대하여 반성하고 있었으며,
앞으로는 어찌 어찌하겠다는 포부까지 편지글속에 고스란히 담아 내고 있었다.

편지인지... 반성문인지 약간의 혼돈을 일게 했지만 ...
아마도 엄마, 아빠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꽃을 받아들고, 편지를 읽어 내려가며 기뻐하는
엄마, 아빠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마냥 좋아라 하던 녀석들의 얼굴이
오후가 다 되어서까지 눈에 선하다.

마음속에 고마움이 인다는 것...
고마움을 표현할줄 안다는 것 ...
참 소중한 일인듯 하다.

그저 건강한 몸으로 학교에 잘 다니며, 키도 크고, 몸도 건강하면
그것이 엄마, 아빠에게 효도하는 것이라고...
다 아는 이야기를 해 주며 아이들을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아이들의 키만큼이나 생각이 자라고 있었으니
나는 정녕 행복한 엄마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러면서 난 아이들에게서 뭔가를 배운다.

나는 얼마만큼이나 부모님께 내 마음을 다 표현하고 제대로 살아온 것인지 ...
새삼 지나간 시간들이 부끄러워 진다.

이제껏 살면서 받아온 어떤 선물보다 소중한 선물을 받은 오늘이다.

자그마한 손으로 정성스레 접었을 편지에는
갈피 갈피마다 따스한 사랑이 베어 있었다.
지금처럼 이쁜마음, 고운 마음 앞으로도 영원하라며 ...
아이들이 바른 생각으로 자라나길 두손모아 빌어 본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엄마로 아이들곁에서 오랜시간 지켜줄수 있었으면...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에서
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본다.

사랑은
그 어떤 괴로움도, 힘듬도 모두 치유해낼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갖고 있음을
나는 오늘 다시한번 가슴깊이 느끼게 된다.

딸의 편지는
나에게 많은 생각들을 가져다 준다.

아이가 닮고 싶어하는 엄마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모는 자식에게 거울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언제고 찾아와 비추이면 거짓없이 맑게 비추일수 있고,
마음속에 감추어둔 이야기도 모두 다 알고 있을 것만 같은 ...

좀더 많이 내 아이를 보듬어 주고 싶은 만큼
귀한 생명 내게로 올수 있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큰 나무같으신 부모님들께
그 사랑을 존경으로 담아 드려야겠다.

* 세상 모든 어버이들의 크신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