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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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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노래


BY cosmos03 2002-05-08

" 나 엄마에게좀 다녀오고싶다 "
" 그럼 다녀오면 되지 "
" 근데 뭐 사갖고 가니? "
' 그냥 술 사가면 되지 "
" 술 말고 오늘같은 날은 카네이션을 사 갖고 가야되는거 아니니? "
" 그러던가 "
" 나 왜이렇게 엄마가 보고싶지? "
( 당신만 그런줄 알아? 나 역시도 울 엄마가 그립다구 )

밥상머리에 앉아 남편과 나눈 대화입니다.
오늘은 어버이날.
하지만 우리내외에겐 찾아가 꽃을 달아드릴 부모님이 안 계십니다.
둘다 고아인것이지요.
누군가는 그럽니다.
오늘같은날 돈 안들고 신경 안써서 좋겠다구요.
하지만...
돈이 아무리 많이 들어도 좋으니 엄마라는 이름이 제 곁에 있었으면 합니다.

제 엄마는 노래를 참 못했읍니다.
어느날 입니다.
제게 연필과 노트를 가져다 주시더니
노래가사를 적어달라고 하십니다.
" 순디가 여기 이곳에다 오래비생각하고 (오빠생각, 뜸북뜸북 뜸북새~라고하는 )
타향살이 가사좀 적어봐라 "

타향살이는 고인이 되신 고복수님의 노래였읍니다.

타향살이 몇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떠난 십여년에 청춘만 늙~을고

라는 일절의 가사로 나가는 그 노래를 엄마는 즐겨 들으셧읍니다.
그리고는 맞지도 않는 음으로 흥얼거리셧지요.
그러다가는 당신도 아마 그 노래를 배우고 싶으셧나 봅니다.
정성스레 적어드린 그 노래들의 가사로
엄마는 마치 갓 입학한 국민학생이 국어책을 읽듯
그렇게 조금씩 그 노래가사들을 외워가셧읍니다.

간간히는 눈가에 이슬도 맺히는걸 난 숨어서 볼수가 있었읍니다.
무슨 사연인지는 그때의 어린나는 알지 못했읍니다
다만, 엄마의 작은 눈물방울에 그냥 모르는척 해야된다느것만
어렴풋이 느낄뿐.

엄마는 참으로 오랜시간 그 노래의 음들을 따라하지 못하셧읍니다.
어쩌면 그리도 안되시던지...
당신 스스로도 못하신다 느꼇는지
가끔씩 혼자서 부르다가 저와 눈이라도 마주치시면
곱게, 그리고 게면쩍게 저를 바라보며 미소하셧읍니다.

그땐 나 역시도 그랬었죠.
우와~ 우리엄마 노래 되게 못한다구요.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가끔씩, 아주 가끔씩
그 노래들을 접할수 있을때면 가슴한켠이 시려옵니다.
그리고 엄마가 그리울땐 나역시도 그 노래들을 부릅니다.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에서 우~울고
뻐국뻐국 뻐국새~ 수~페서어 우~울때
우리오빠 말타고 서울 가아시이면
비단구두 사 가지고 오~오신 다~더니

타향살이 몇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떠난 십여년에 청춘만 느으을고~

부평같은 내 신세가 혼자도 기막혀서
창문열고 바라보니 하늘만 저~어어쪽

자꾸만 목이 잠겨옵니다.
가슴이...아려옵니다.
생전에 계신다면 엄마의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드릴텐데...
쇠태해진 엄마의 그 작은 몸뚱아리를 보듬을수 있을텐데...

내가 내 엄마를 그리워 하듯
남편도 시어머님이 그리운가 봅니다.
남편은 떳떳히 엄마가 그립다고 갈란다고 말을해도
난 그렇지를 못합니다
어머니의 산소에 가면...내 엄마의 산소는 갈수 없으니까요.
어머니는 충북 보은쪽에 누워 계시지만
제 엄마는 충남 온양에 누워 계시거든요.

등교하던 딸아이는
" 엄마 이따가 기대해도 좋아 "
라고 경쾌하게 말을 하고 갔지만...
내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나를 슬프게 합니다.
오늘같은날은.
엄마가 살아생전에만 계신다면.
최신식 씨디로 엄마에게 그 노래들을 바치고 싶습니다.
타향살이와 오빠생각을.
수줍게 부르던 엄마의 그 노랫소리가 그리운 날 입니다


부모님이 생전에 계신 님들.
살아계실때 한번이라도 더 찾아뵈세요.
나중에...
아주 많은 세월이 가면 남는것은 후회뿐이더라구요.
전국의 모든 어버이님들
축하드립니다. 진심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