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가 시작되었다.
한달동안 새카맣게 탄 아이들이 아침마다 잠과 씨름을 한다.
2학년 짜리 막내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영~~기분이 아닌것 같았다.
'또 변덕이 났군...'
워낙이 시쭉빼쭉 하는 성격이라 그냥 모르는채 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녀석이
"엄마 나 오늘 반장됐게 부반장 됐게?" 하는것 아닌가?
'아니? 이게 무슨소리야? 얘가 뭐가 됐나보군...(흐믓)
(짜아식이 그런일이 있음 얼른 얘길하지않고...)
내심 기뻐하면서도 난 태연히 말했다.
"너? 음~~~ 아무것도 안됐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이녀석이 글쎄 갑자기 고개를 떨구는것이었다.
"응..안됐어."
'아이구. 맙소사. 이런 실수...'
"괜찮아얘. 뭐 어떠니?
아유...반장 그런거 하면 힘만들어.. 넌 조금 더 크면해.응?"
갖은 소리로 아이 마음을 달래놓고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 갑자기 반장 선거를 했단다.
항상 회장이나 반장을 하는 형에게 지기싫어서
이번에는 반장을 한번 해보고 싶었단다.
1학기때는 반장하면 아이들 대신 매를 맞는다고 아예 나갈 생각을 안했었거든.
그런데 아무것도 준비를 해온게 없어서 걱정이 ?榮쨉?자기 차례가 오자 눈 딱감고..
"저를 반장으로 뽑아주신다면 열심히 일해서 우리반을
1등으로 만들겠습니다."
라고....
결과는 낙방..
반장이 된 친구는 처음에 영어로 자기 소개를 했고
다음에 우리말로 연설을 했단다.
다들 그아이에게 몰표를 했고
나머지 아이들은 그저 5표 내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나보다.
"엄마. 영어로 말하는데 무슨말인지 못알아듣겠더라.
그런데 표를 다 받았어. 나도 영어로 연설문을 써주지..."
에고 에고 ...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반장선거 연설문이라...
갑자기 커피맛이 씁쓰름 해졌다.
피아노 학원을 가면서 아이가 한마디 더했다.
"엄마. 근데 나 두표 받았어.
반장이 안된건 괜찮은데 두표밖에 안받아서 속상했어.
한표는 내가 내이름을 쓴거거든?(그럼 한표?)
다들 자기이름썼데...
이젠 친구들한테도 잘해줄거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들을꺼야. 그리고 내년에도 후년에도
중학생이 되도 반장선거 나갈꺼야."
반장이 된것보다도
더 큰 교훈을 얻은 8살짜리 아들의 뒷모습은
이젠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세월은 이리도 빨리 흐르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