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내 가슴속에 깊숙히 자리한 고름덩어리였다. 그러나, 그보다 나를 더욱 짓누르고 힘들게 했던건 내 어느 구석을 살펴보아도 작은 파편조차 찾을 수 없었던 희망이라는 단어였다. 너무 힘들게만 나를 몰아 넣으면 살아왔던 지난 3년하고 몇달의 시간들은 나를 암울한 동굴속을 지나고 이제 방금 강한 햇볕속에 내던져진 작은 동물처럼 느껴지게 했다.
오늘 의사는 내 몸에 약도 주사도 잘 듣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 난 서서히 나를 추스리고 나를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내가 무너져가고 있었던가. 지독한 여자로 하루를 25시간으로 아이들과 일과 남편과 그리고 그속의 자그마한 나 자신을 두고 힘 겨루고 쳇바퀴 돌듯 그렇게 봄을 여름을 다 보냈었다. 나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가 ?
아이 둘을 친정으로 보냈다. 너무 아픈 가슴을 웅켜지고 난 지금 다시 서 있다. 철쭉과 영산홍이 그 진한 빛을 봄 햇살보다 더 화사하게 내뿜고 있다. 정말 나에게 4월은 잔인하구나.
친구와 사람들과 난 벽을 더 높이 세우며 살아왔다. 내 몸속을 흐르는 혈액조차 이 꽉 막힌 벽처럼 막혀가고 있나 보다. 병을 만들고 쌓고 살아왔던 걸까. 삶의 진실은 무엇일까. 허무함을 느끼기 보단 지금은 나를 돌아봐야 할 때인것 같다. 아내로 엄마로 내 자리를 지키기에 난 너무 약해진 걸까. 또다시 나를 할퀴고 가는 미련과 쓰라린 봄 햇살.
유선염 때문이었다. 나를 멈출 수 있었던 것 그리고, 나를 동정하기 시작할 수 있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