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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지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


BY 칵테일 2001-04-16


철없는 생각이었지만.....

중증 장애를 가진 이들은 무슨 낙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
고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 적 있다.

가끔씩 텔레비젼을 통해 비친 그들의 모습은 그저 바라만
보기에도 너무도 처절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삶의 희망이나 기쁨도 없는, 산다기 보다는
그저 살아내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생각을 이제는 하게 된다.

나는 지금까지 내 가까이에서 질병으로 인해 중증 장애를
가지신 분을 두사람 보았다.

한분은 남편의 선배 형님으로서, 루게릭병(Lou Gehrig,
근위축성측색경호증. 유전병의 일부로 이 효소유전자의
이상으로 생긴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동맥경화를 일으켜 심장발작에 이르게 한다.)을 앓는
중증의 환자시다.

또 한 분은 내 남편의 외삼촌이신데, 류마치스 관절염
(관절내의 활액막에 염증이 생기는 전신적인 질환)을 20년
넘게 일어나지 못하신 채 앓고 계신 분이시다.

두 분다 모두 일상 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시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겨우 생활을 하신다.

특히나 루게릭을 앓으시는 분은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생활하시기때문에, 식사도 하지 못하고 호스를 꽂아
직접 넣어주는 정도.

그분을 직접 뵈었을 때....
침대에 단정히 누워 오로지 눈을 깜박이는 것외엔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도 사람이 살아있을 수 있는지
눈으로 보고도 잘 믿어지지 않는, 그런 서글픈 모습이셨다.

거기에 비해 의사소통도 되고, 굽은 손이기는 하나 그래도
자신의 손으로 누워서나마 식사를 하실 수 있는 남편의
외삼촌 경우에는 그나마 나아 보일 정도였다.

그분들을 뵙기 전까지는 나는 철없는 생각으로 그런 장애나
또는 환자들은 삶의 희망이 전혀 없으리란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그분들을 뵙고, 또 여러가지 상황을 만나 겪어내
면서 다시 생각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

삶의 의지란, 오히려 열악한 삶의 환경을 가진 이들에게
오히려 더 절실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평범하고 일반적인 보통 사람에 비해 그들이 갖는 삶의
의지는 어쩌면 더욱 더 그 힘이 더해지는 지도 모르겠다.

다만,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너무나 많은 제약 조건을 가진
이들이다보니 그 삶의 의지라는 것도 너무나 처절하게만
보여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름없는 들꽃이나, 향기짙은 백합이나 모두 그 꽃의 본분
을 다하고 스러지듯, 무릇 생명을 가진 사람임에야 그
차이가 무엇 있을까.

삶은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고, 또 정녕
그들의 몫이어야 하거늘.

이제는 무병장수 100세를 향해 의학이 진보하여 가지만,
그래도 그 한켠에선 병들고 일찍 죽어가는 삶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름답지 아니한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나날을 한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
하게 살아내며 끊임없이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그 자체가!

내 한 몸, 남의 도움없이 내 스스로 이렇게 건재하다는 것
만으로도 그저 모든 것이 다 감사한 그런 마음이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