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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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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이 넘어도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이 있을까?


BY 수련 2002-05-06

큰언니!
63세이다. 언니가 요즘 사랑을 하는것 같다.

10년전에 형부가 돌아가시고
혼자 살고계신다. 아기를 낳지못해 결혼초에
소박을 맞고,내내 혼자 있다가 6명의 아이들이 있는집에
재취로 들어가서 20여년을 살았었다.

형부가 살아계실때는 자식들이 오고가고 했지만
형부가 안계시고부터는 세월이 갈수록
발길이 뜸해지는것 같았다.
무슨 행사가 있으면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인사치레를 하더니 그나마 요즘은
각자 살기 바쁘다는 핑게로 막내만(36살)
가끔씩 왔다가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15년동안 혼자가 된 형부친구가 언니집
이웃으로 이사오고부터는 둘이서
새벽등산도 가고,놀러도 다니는 눈치였다.
작년에 은근히 얘기하길래 대뜸 화를 내면서
형부 병 구완하던 몇년이 진저리도 안나냐면서
나이든 영감하고 절대로 살지도 사귀지도 말라 했었다.

언니는 친구처럼 각자의 집에 살면서
서로 의지하면 좋지 않냐며 내눈치를 살폈고. 그 영감님의
자식들도 은근히 언니하고 친하는걸 좋아라한단다.

항상 혼자있는 아버지가 안쓰러웠는데
언니가 사는 아파트로 이사오고는 기분도
좋은것 같았고, 멋도내며, 되려 젊어지는것 같다며
자기 아버지하고 오래오래 친구해달라며
비싼 식당에서 대접도 몇번 받았단다.

처음에는 엄마가 재혼하는것처럼 속상하고
남편보기도 창피하였지만 내가 언니에게
무엇을 해줄수있나,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생각이 짧다는것을 알았다.

나는 자식도있고, 남편이 있지만 정작 떨어져있는
언니에게는 아무도움이 안되는 존재였다. 단지 자매라는
한가지 이유뿐....

앞번에 우리집에 다녀간 언니에게 옷을 한벌 사드렸는데
자꾸만 화려하고 젊은스타일을 입어보길래
입을 삐쭉거리는 나를 보기가
민망해 하는것 같았다.
작년에도 내가 입은 꽃무늬티셔츠가 맘에 든다고
굳이 똑같은걸 입겠다하더니 이번에도 그러는 언니를 보면서
주책부리지 말라는 퉁명스런 말 대신에
이쁘네 하며 화사한 하늘색의 윗도리를 사드렸다.

슬며시 '언니 그 영감님이 좋아?' '뭐 그냥 그렇다 그말이지'
얼버무리는 언니의 양쪽볼이 빨개졌다.그 영감님은
아침마다 전화해서는 반찬 맛난거 있다고 밥먹으러
오라하기도 하고,꽃놀이도 가잔다했다.언니도 집에서
음식을 해서 갖다주는 모양이었다.
두분의 때늦은 사랑놀음이 꽤나 재미있어 보였다.

사랑?
60,70세가 되어도 사랑이 찾아올수 있을까.
언니와 그영감님을 보면서 나이가 들어도
사랑의 막연한 가능성도,
한편으로는 그나이에 무슨....부정도 해보지만,

내 언니가 건강하고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엄마같은 큰언니에게
어버이날에 카네이션과 언니가 좋아하는
슈크림빵을 택배로 보내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