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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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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투리


BY 나예 2000-11-03


내고향은 충청도 서산이랍니다. 중학교때 가족이 모두 이사(서울)하는 바람에 지금은 연고지가 없어져 그후로는 가본적이 없어요 가끔 다른 사람들이 서산얘기를 할때면 내고향이 서산이었지 하는 정도의 기억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고향이 주는 행복감을 처음으로 맛보았습니다.

본적지 호적등본(전산화되기전것)이 필요한 일이 생겨 서산시 운산면(실질고향)사무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예 안녕하슈 운산면사무손디유"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투박한 사내의 목소리,
"푸하하하하하하"
순간 터져나오는 웃음소리에 그만 죄송하단 말도못하고 전화를 끈어 버렸습니다.(욕하신대도 할수없었지요 웃음이 도저히 멈추질 않아서 전화잘못걸어 놓고 죄송하단 소리도 없이 끈는 몰지각한 사람 절대 아님)

왜 웃었냐구요? 한동한 잊고 지내온 고향의 사투리가 갑자기 그렇게 다가온것에 놀랐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표준적인 서울말에 익숙해 살아온지가 20년이 다되어오니 그럴만도 하지요 TV드라마나 코믹 프로에서 충청도 사투리 흉내낸다고 '안녕하세유'또는 '안녕하셔유'하곤 하죠 그런걸 볼때마다 별공감이 가질 않았어요 제고향은 '안녕하슈' 하거든요 'ㅇ'을 없앤 '슈'
단어는 줄이고 끝을 길게 내빼는 '슈' 소리는 투박하면서도 좀더 인간적인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요
'진지드셨슈' '워디가슈' '뭐하슈'등등등

처음 서울에 올라와 선생님께 '안녕하슈'했다가 친구들에게 엄청 놀림 받은 뒤로는 '슈'하고 튀어나오는 나의 입을 원망하느라 때리기도 많이 했었는데 말이죠

이젠 기억에서조차 잊어버려 생각지도 않았던 그소리를 날씨도 좋은 이 아침에 다시 듣게 되니 반갑고도 웃음이 멈추질 않네요

다시 마음가다듬고 전화를 들었습니다.
"안녕하슈 호적등본 필요해서 전화했슈"
십수년만에 해본 고향의 말이 참 정다웁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