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호수는 나무들이 내려다봐서 초록물입니다. 하루내내 속이 아팠습니다. 먹은 것도 별거 없는데 아마도 마음이 허전해서 아팠나봅니다. 아이들과 친정식구들과 호수공원에 가자고 내가 먼저 우겼습니다. 답답한 마음도 풀겸 식구들과 호숫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호수 가장자리엔 보라색 붓꽃이 하늘을 보고 피어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늘빛을 닮아 맑은 얼굴인가 봅니다. 붓꽃을 한참 보고 있는 나까지 맑아진듯 아프던 속이 가라앉았습니다. 신기하고 신기하게도... 물풀이 무성합니다. 동그란 수련잎이 물위를 덮고 있었습니다. 서쪽 하늘로 태양이 지고 있었습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서녁하늘의 노을... 종류별로 산책나온 개들... 생김새가 다 다른 사람들... 자전거 무리들... 내일은 어린이 날이고 다음주엔 어버이 날입니다. 우리 친정엔 두 명의 어린이와 한 분의 어머니가 계십니다. 너무 큰 건 바라지 않기로 했습니다. 건강하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어린이도 어머니도 건강하길 빌며... 내가 아프면 아이들이 불쌍하게 보입니다. 내가 아프면 우리 엄만 나보다 더 울상을 지십니다. 그래서 울고 싶어도 아프고 싶어도 맘대로 하지 못합니다. 난 잘 견딜 수 있습니다. 시간이 약이라 했습니다. 매일 매일 시간이라는 약을 먹으며 내게 일어난 일들을 운명이라 돌리며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봐서라도 엄마를 봐서라도... 호수엔 저녁 바람이 선선했습니다. 호수는 5월의 나뭇잎이 비춰 초록물이였습니다. 하늘은 노을이 짙게 번져가고... 내 속도 허전함에서 포근함으로 번졌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키작은 앵두나무를 발견하고 나중에 앵두가 익으면 잽싸게 따 먹으러 오자고 동생들과 아이들과 다짐(?)을 했습니다. 그래도 즐겁고 단란한 시간이였습니다. 가족에게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