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사는 아파트 건물의 한귀퉁이에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않는 조그만 샛길이 하나 나있다,
넓게트인 길을두고 몇발짝 들 걸을려고 외진길로 다닌다고
남편한테 늘 핀잔을 들으면서도 내가 굳이 그 길을
즐겨다니는건 화려하게 잘 다듬어진 아파트숲속에
유일하게 넓진않지만 버려진듯 사람들이 별로 찾지않는
나무와 풀과 흙이 그곳에 있기때문이다.
일주일에 한두번 걸어서 성당다닐때 오가는 길인데
오늘 부활절 미사참례하고 그길로 돌아오는데
노오란 민들레가 여기저기 앙증맞게 피어있어 밟지않으려고
꼰지발로 겅중겅중 건너다가 그만 그옆에 털퍼덕 주저않고 말았다.
구석진곳에 키재기 하듯 무리지어 피어있는 민들래들와
사이사이에 진보라색 제비꽃[확실한지는 모르지만] 까지
코 끝이 찡 하며 내 발목을 꽉 붙잡아 버려서!
민들래 꽃무리에 섞여앉아 홀씨가 날아간 대궁을 꺾어
삐리리 삐리리 피리를 불며 유년을 추억해 보기도 하고,
나는 어째서 이렇게 사람들이 눈여겨 보지도않는
작고 보잘것없는 꽃들에 마음을 빼앗기는지도 생각해 보았다.
우아한 향기를 뿜는 꽃일수록 질때의 냄새는
더 고약하다던가!
아름답고 화려한 꽃들 앞에서 나는 늘 멀미를 느끼면서도
너무작아 누가 봐주지 않는데도
'나도꽃있다' 하고 내민 초라한 풀꽃들이 왜그리 예쁜지!
내가 오래전부터 꿈꿔온 노년을 위해 지을집은
내고향 뒷동산 비탈에 작고 낮으막한 흙벽집인데
그 꿈이 이루어진다면,
울타리는 싸리나무를 심어
봄마다 하얗게 망울망울 무리지어 피는
싸리꽃 축제를 즐길것이며,
민들레 할미꽃 제비꽃 패랭이 돋나물 엉컹퀴 까지
마당에 불러들여 함께 호흡하며 어울려 살 작정이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않는 곳에서야 편안함을 느끼는
나와 잘 어울릴 풀꽃들과의 노년이 기다려지고
또 평화로울 것임을 믿는다!
오늘 민들레 옆에서 내 꿈을 한번더 확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