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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있는 얘기 -(69) 부부의 정(情)


BY 느티나무 2002-05-04

아이들이 모두 나가 남편은 카우치에서 아내의 무릎에서 머리를 얹고
쉬고 있었다. 아내는 조심조심 남편으로부터 안경을 벗겼다.

"여보 있잖아요. 당신 안경을 벗겨놓고 보니 우리가 결혼했을 때 미남
청년 모습 그대로네요." 아내가 상냥하게 말했다.

"여보, 안경을 벗어놓고 보니 당신모습도 아직 꽤 괜찮아 보이는데"
남편도 싱글거리면서 한마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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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 after their last child left home, the husband was resting
next to his wife on the couch with his head in her lap. She
carefully removed his glasses.

"You know, honey," she said sweetly, "without your glasses you
look like the same handsome young man I married."

"Honey," he replied with a grin, "without my glasses, you still
look pretty good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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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 수설]

위 얘기는 한편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그림 중에서도 유화는 너무
화려해서 20대의 열정을 간직한 젊음과 같으니 아니다. 파스텔화는
40대의 여유와 같으니 아니다. 위의 유머에 나오는 주인공 부부는
인생의 노년기에 서로를 바라보면서 옛날의 모습을 회상하는 것으로
보아 수채화 같은 잔잔한 물결같은 은은함이 풍겨 난다.


꺼지지 않은 장작불이 있을까?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로가
만나서 "첫눈에 반했다!"고 할 정도로 불꽃을 튀기다가 서로에 대해서
하나 둘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되고 또 알거 모를거 다 알게 된다. 또
"이런 남자(여자)한테 내가 왜 반했지?"하고 생각할 정도로 실망도
하게 된다. 그러면 활활 타오르던 장작불이 서서히 식어간다.


사랑은 눈이 멀었다고 한다. 눈이 멀지 않고야 살면서 치고 받고 싸우
고, 이제는 도저히 같이 못 살겠다고 하는 사람한테 뿅 갈 수야 없겠
지. 또 어떤 사람은 "눈에 콩깍지가 씌였었다."고 말한다. 그것도 한
쪽 눈에만 씌였다면 모르는데 양 쪽 다 씌였다면 희미했서 다 좋아 보
이고 천하에 양귀비 아니면 아랑드롱이었을 것이다.


젊음은 다 아름답다. 젊었을 때 미남미녀 아니었던 사람 있음 나와보
라고 해. 이 아침에 일어나서 자판을 더듬는 느티나무도 팽팽하고 유
혹을 많이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이야 밖에 나가면 아가씨는 쳐
다보지도 않고 할머니만 가끔 쳐다보는 신세(?)가 되었지만 말이다.
나와 비슷한 아줌마들은 욕심(?)이 있어서 탱탱한 총각한테만 눈길을
주더라. 그래서 될 수 있으면 화려한 옛날로 돌아가려고 운동도 하고
하는데...그래봐야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지가 꽃다운 처녀총각을
따라갈 수 가 있겠는가 말이다. 에그, 불노초를 구하러 다닐까(ㅎㅎ)


부부도 신혼 초에야 다 이뻐 보이고 참 '더 좋은 반쪽'이다가 세월이
흐르면 남의 떡이 더 크고 좋아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슬슬 횟수가
줄어들고 신랑보다 주말 연속극의 배용준이 좋아보이기 시작하고 각시
보다 낚시가 더 좋아보이기 시작하면 이거 문제가 심각해진다. 말투가
거칠어지고 집안 살림에 없던 흠집이 생기기 시작한다.


"말로 사랑을 하면 손이 귀하다."고 이 느티나무 이론에 강하고 썰이
세도 실제엔 약하다. 즉 왜 나라고 부부싸움 안겠냐 말이다. 부산에
사는 어떤 유명한 님은 나는 부부싸움을 잼있게 할거라는 고상한 추측
을 하던데 그렇지 않다. 나는 소크라테스가 아니니까. 소크라테스야
성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니 귀여운 악처 크산티페가 실컷 바가지를
긁어도 반응이 없자 머리에 물동이를 들이부으니 "천둥이 치고 나면
소나기가 오는 법...아! 시원하다."했다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소크
라테스의 반에서 반의 반도 안 되지.(ㅋㅋㅋ)


그러나 다행인 것은 둘 사이에 불꽃이 튀어서 항상 붙어 자던 시절에
만든(?) 사랑의 결실이 있다는 것이다. 즉 둘만의 작품인 사랑하는
자녀들이 있다. 나도 당근 이쁘고 귀여운 딸과 아들이 있다. 이 사랑
하는 애들이 둘을 연결해주는 가교역할을 한다. 나는 어떤 때는 마누
라를 팍 패주고 싶어도 우리 애들이 실망하고, 힘들어 하고, 또 마음
에 멍이 들까봐서 싸움을 자제한다. 아무리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그
애들에게 상처를 줄 권리는 없는 것이다.


올해는 어린이 날이 일요일이라서 우리집 애들이 실망을 한다. 왜?
학교를 하루 쉴 수도 있는데 손해를 본다나. 그런데 벌써 어린이에서
벗어난 딸놈(?)이 어린이날 특별 보너스를 주어야 한다고 벌써 몇 주
전부터 예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희 엄마한테 통고를 하고 저희
엄마는 자연스레 아빠인 나에게 그 말을 함으로써 전달자 역할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요즘에 엄마와 아빠의 신경전(?)에 슬슬 아빠편을 들
고 있다. 바로 작전인 것이다. 아무래도 아빠에게 잘 보여야 용돈 보
너스를 더 많이 받기 때문이지. 아직도 순진하고 순수한 딸애가 이런
눈에 보이는 꾀를 부릴 때는 더욱 귀엽다. 하기야 고슴도치도 제 새끼
는 이쁘다고 하지 않는가.


위 유머에서는 부인은 남편의 안경을 벗기니 더 미남이라고 하고 있고
남편은 안경을 벗고 보니 부인이 더 예뻐 보인다고 너스레를 떨고 있
다. 어떻든 예전보다는 못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서로의 주고 받는 모
습이 아름답다. 젊었을 때야 뜨거운 열기에 끌려서 살았다고 하지만
이제는 '끈끈한 정(情)으로 살아가는 것 아닌가. 또 둘 사이를 연결해
주는 예쁜 사랑의 결정들을 보는 재미로 사는 것이다. 그들이 다정한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자신들도 저렇게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작은 임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전국의 아컴님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첫 주말을 맞아 가족과
함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