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요란한 전화벨 소리에 눈을 떴다.
옆에서 자던 신랑이 전화기를 내 코앞에 대며 말한다.
>장인어른 이실거야.
물론 우리 아빠셨다.
이 이른 새벽부터 전화하실 분은 친정아버지 뿐일테니..
핸드폰이 자꾸 삑삑댄단다.
짜증섞인 목소리로 나는 대답했다.
>아빠, 충전안되서 그럴거야.
아님, 누군가 문자메시지를 보냈거나..
전화기에선 흥분된 칠순 노인네의 음성이 들린다.
>문자메시지가 뭔디.
그거 니가 보냈냐?
그거 어떻게 보낸다냐?
오늘 그렇게 아침잠을 깨서 신랑과 난 한참을 웃었다.
대단한 열정과 끈기를 가지신 분이시다.
칠십평생을 학교에서 애들만 가르치시다 퇴직하신 분이다.
그분의 머리속에는 무엇이든 배우거나 가르치는 것들로 가득차 있으시다.
넉넉치 않은 형편에서도 배우겠다고 하면 어떻게든 가르치셨고, 우리집에 놀러온 모든 친구들은 아버지 앞에서 전과목 성적을 일일히 나열해야만 내 방으로 올 수가 있었다.
아버지가 알고 있는 세계는 오직 학교 뿐, 그 외의 것은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도 않으셨다.
뭐든지 처음 듣는 이야기는 이해할 때까지 물으셨고, 언제부턴가 내가 아버지를 통해 배우는 것보다 아버지가 나를 통해 배우시려는게 더 많아졌다.
새삼 아버지의 개똥철학이 생각난다.
<배우지 않으려는 자는 먹지도 말아라>
하루종일 어설픈 태그실력으로 이리저리 연습하다.
나도 몰래 입가엔 미소가 진다.
그래요. 아빠.
배우지 않으려면 먹지도 말아야죠.
저 열심히 배우려는 장한 아빠 딸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