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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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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을 수록 장군? 아님 갈수록 태산?


BY 지따 2002-05-02

아침에 큰 아이 둘 학교에 데려다 주고
막내를 놀이방에 맡기러 가는 길에
잠깐 수퍼엘 들렀다.
분유를 끊은 지 얼마 안 된 녀석이라
아침을 시원찮게 먹은게 맘에 걸려서
좋아하는 바나나와 빨대 달린 주스라도 하나
사 먹여 보내고 싶어서였다.
들어가니 견물 생심....또 저녁찬거리까지 슬금 슬금
장을 보고 있노라니
바나나가 낱개 몇개밖에 남은 게 없어
낱개 한 개를 쇼핑 바구니에 집어 넣었다. 그걸 본 막내,
계속 달라고 칭얼거린다.

'엄마가 계산하고 나서 줄께. 계산하고?!...'

아무리 얼르고 되풀이 얘기해도 말귀가 다 안 들어가는
두돌쟁이 계속 떼를 썼다.
부랴부랴 서둘러 계산을 하고 바나나를 반쯤 벗겨 주니
아니라고 또 소리를 친다.
다 벗기라는 얘기다. 이때쯤 줄 서 있던 사람들 몇이 웃으며
바라보며 귀엽다고 몇 마디씩 했다.
그 바람에 관중을 의식했던건 지
껍질 말끔히 벗긴 바나나를 손에 쥐어 주자마자
바닥에 내동댕일 처버린다.

순간 단 한개 산 그 바나나를 보며
가슴속에서 불덩이가 올라 왔지만,
군중의 시선땜에 최후의 우아함을 포기할 수없어
바람소리만 쌩하니 내며 수퍼를 나왔다.
계속해서 바나나를 외치는 녀석을 차에 구겨넣고
놀이방을 향해 가는데
울화가 쉽사리.가라앉질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넘이 세째라고 나왔을꼬?
자라날 수록 의문이 새록 새록 솟을 만큼
울 막내의 기질이 세다. 돌 전엔 순했는데....??
친정엄니의 말씀대로 만 세살전에 확실히
기를 팍 꺽고 기선을 제압해야지
내 남은 인생이 평탄할 거란 생각이 절로 든다.

세째를 낳기 전
몸약한 딸이 세째를 가졌다고 무지 속상해 하시고
날 야단하셨던 울 엄니는 그래도
하긴 자식은 날수록 장군이라는 말씀을 하셨고
막내땜에 힘들어 하는 내게
울 시엄니는 넌 갈수록 태산이란 말도 몰랐냐고 하신다.

울 막내 놈이 과연 태산일까, 장군일까?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