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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눈부시게 피고"


BY 리아(swan) 2001-04-14

요즘 배꽃이 한창이다
섬진강가 하동만지 배밭 농장엔
농부들이 배꽃을 수정하느라 손 놀림이 바빠지고
그 맑고 고운 순백의 자태가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어찌보면 벚꽃과 흡사하지만 벚꽃은 꽃 수술이 분홍빛을 띠고
배꽃은 연두빛을 띠고 있기에 그 여린자태가 여인을 연상한다

곳곳에 복사꽃과 어울려 섬진강가의 요즘 경관은 봄치장에
바쁜 바람난 처녀마냥 옷갈아 입기에 바뻐지만 이곳을 지나는,
여행객 들에겐 입을 다물지 못할만큼 화려하고 운치있는 섬진강
주변경치다

"이화우(梨花雨)흩날릴제 울며잡고 이별한님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여라"

이 시의 주인공은 매창이라는 기생이다.
매창은 시문과 거문고에 능한 여인이었다
아마도 매창이 사랑하는 이가 이때쯤 떠났갔는가 보다
떠나는 님의 발자욱 아래 배꽃이 비내리듯 했다니 그 모습이 얼마나
가슴 서렸을까?
약하고 여린 여인의 인간적인 연민을 느낄수 있는
한숨 깊은 숨소리가 꽃잎마다 향기로 촉촉이 젖어드는 듯 하다.
천하디 천한 기생
길섶에 아무렇게나 피어난 들꽃같은 인생
그러나 그녀의 삶이 그렇게 천하게 운명지어졌기에
그녀의 영혼이 한없이 절망스럽고 한없이 순결하고
그래서 더욱 고귀한 정절이 스며든다.

"배꽃 눈부시게 피고 두견새 우는 밤
뜰에 가득 달빛 어려 이냥 서러워라
꿈에나 만나려도 잠 오지 않고
일어나 매화 핀 창가에 기대니 새벽닭 울어라"

그녀에게 한많은 사랑만 남겨놓고 떠나가 버린 연인을 못잊어
매창은 서럽게 시를 읊었다
아마도 이화는 어딘지 모르게 여인의 슬픈 운명같은 그런
느낌이 오는 것은 꽃에서 느껴지는 연한 꽃수술이 새하얀 꽃잎에
애처롭게 쌓여있어 그런게 아닐까 여겨진다.
벌써 바람결에 이화가 꽃비되어 흩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