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산업 시찰가고
작은 아이는 수학 여행가고
나와 큰 아이만이 이 집안에서 잠을 잔다 ..
그래 남편이 무엇이길래
자다가 깨어 도통 잠이 들지 못하고 컴 앞에 앉았다 ..
큰아이는 그나마 특목고라고
아침 6시 30분에 집을 나서면
밤 열시나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 온다
엄마와 눈 마주치고 이야기할 시간도 없이
집에 오면 소리 소리 지르면서
노래 몇마디 부르고는 잠이 든다 ..
아니 제 친구들하고 수다도 떨고 메일도 검사하고
컴퓨터 게임도 하고 ..해야 할 것이 잔뜩이지..
그래 이만하면
내가 마음을 비우고 행복해 해야겠지
매일 매일 감사 하며 살아야지 ..
그러면서도 가끔 심술이 나면
툭하고 하는 한마디가
"흥 재미 없어 ...~~~"
하는 한마디다 ...
어리광처럼 던지는 그 말에 화가 났던지
무어든 잘 받아주고
무슨 얘기든 답변이 척척 나오는 우리 신랑이 ..
"그래 ..무얼 해야 깨소금이 솔 솔 나오겠어
어떻게 해야 참기름이 졸졸 쏟아 지는 거야 "
하고 소리를 버럭 지른다
할말이 없다
무어든 내가 자리를 만들고
내가 재미 있고 신명이나야 집안이 기름끼가 도는 법인데 ..
그래 나이가 들어 가는 건가
아이들이 오기가 무섭게 밥상을 차리고
무어든 맛난 걸 지들이 필요한 걸 준비하면 살아 온 내가
손을 떼지도 못하고 주체적인 내 자신만의 일을
생각하지도 못하는 채 이렇듯 멍청히
재미가 없다는 한심한 얘기를 토하고 있다
서로가 충분히는 서로의 입장에 서 있지는 못하는 것이다 .
지난 일요일
시아즈버님 생신이라 큰형님 댁에 갔는데 ..
점심을 먹고 술 한잔 하는 자리에서
조카가 대뜸 한다는 소리가
저는 삼춘 덕 본 것은 딱 한번밖에 없어여 ...
그래 삼촌이 저 좀 잘 봐주시면 안 되나여 하며
술을 핑계로 한많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
아버지 어머니가 힘이 되어 줄수 없다면
삼촌이나 숙모가 대신해서 자기의 무슨 일을 돌보아주고 큰힘이
좀 되어 주면 어떻겠냐는 ...하소연이었다
나이가 38이나 된 조카인데
모 건설 회사를 다니는 데
과장으로 승진을 하면서
발령지가 포항으로 났다는 데 .
말하자면 그 자리를 서울로 옮겨 달라고 생 떼를 쓰는 것이다.
이 부탁이야 그 발령이 나고 부터 일어난 일이지만 ..
그래 나라 대통령도 못할 그 일을 도체 우리 신랑이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 회사를 다니는 사장두 아니구 ...
아무리 설명하고 외쳐도 상대방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길이 있는데
삼촌이면서 ..외면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더구나 나이가 많이 드셔서
딸을 내리 셋이나 낳으시고 마지막으로 낳은 아들
얼마나 금지옥엽이셨는지
아직도 그 댁 사위들이
내가 장모님 하고 어디 가면서
우리 아들 소리 몇번 하시나 세어 보았더니
28번이나 하시는 거야 하고 외칠 정도의 아들이니 ...
떨어져 그리워 하고 안스러워 하는 정도가
남들은 상상 할 수 없는 정도이다 ..
이말 저말 다 먹히질 않자
신랑은 언젠가 (89년도 정도로 추정 )
자기도 일하기가 너무 싫고 힘도 들고 (밤을 새워야 하고)
(남들이 생각하기에 공무원은 9시 출근 해서 6시 정시에 퇴근 하고
참으로 편히 일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부서에 따라 밤도 새우고
일이 많은 곳은 그야말로 힘든 거 말도 못한다 )
정말루 집어 던지고 나오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에 ..
어디든 일년에 연봉 천만원만 되면 난 나오고 싶었다는 말을
한다 ..정말루 그건 설명이 없이도 내가 다 아는 일이다
그렇게 힘겨워 하는 신랑을 아내가 모를 리 없고
안되면 휴식 삼아 쉬고 내가 다시 바톤을 이어 돈을 벌겠다고
우긴 적이 있었으니 ...
아니 어디 가서 그리 일을 하고 그 돈 못벌어 오겠느냐고 ...
요즘 젊은 사람들 돈을 쉽게 여기고
돈 버는 일을 너무 만만히 생각 한다고 울분을 토한다 ..
근 이십년을 그리 일하고
이제 처음으로 ..국방대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한답시고 머리도 식히고 .마음도 육체도 한꺼번에
편한 시간은 일생 일대의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래 평생 일밖에 모르고 일요일도 휴일도 없이
회사를 나가던 신랑이
신이 나서 운동을 하고 가뜩이나 좋아하는 술을 찾아 다니니
왜 이리 미운 건지 ..자기 혼자 신이 난 사람 처럼 여겨지는
왜 그리 사회적 신분 상승을 혼자 한 느낌에 ..
이리 며칠이라도 떨어져 지내니
조금 나은 것도 같다
뭐니 뭐니 해도 미울 때는 떨어져서
상대에 대한 측은 지심을 키우는게 ..최고의 약이다
그래 ..신랑은
아무것도 없는 집안에 가장으로서
누구에게도 어리광을 부리거나 ..기대거나
부탁을 하거나 하는 일 없이 평생을 일하면서
우리의 울타리 노릇을 해 오지 않았던가 ..
아이들에게 너희 엄마는 '우리 집 지붕이야' 이렇게 이야기 하면서
도데체 무엇이 부족해서 툭하면 '재미 없어 ..'하면서
툴 툴 거린단 말인가 ..
반성하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