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안에서만 내다봤던 햇살은,
며칠만에 바깥으로 나온 내게 눈을 편히 뜨지도 못하게끔
낯가림을 한다.
심하게 불어대는 바람은 파마기 없는 내머리카락을
사정없이 헝클어대며 뼈속으로까지 파고 들어올 기세로
소리까지 동행하더니 저만치 종이 부스러기와 검불들을 전부
둘둘 말아 하늘로 빨아 올려 버린다.
벽에 바짝 다가 붙어서서 한손으로 입을 막은채,
미처 따라 올라가지 못한 작은스치로폴 조각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다 건물앞에 수북히 모여지는걸 본다.
한심한 바람은,
우리 아버님 자꾸 늙으시는 건 계산도 못하고 있다.
며칠만에 들른 가게에서 꺼벙한 얼굴의 그이가 올려본다.
며칠동안 아침부터 저녁늦게까지 혼자서 힘들었다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이가 공연스레 짜증스러워, 면도도 안했냐며 오만상을 찡그린채 퉁명을 부려 보이면서,
이럴땐 항상 깔끔하게 하고 다니는 남편을 가진 여자가 제일 부럽다.
내가 몸살을 앓은게 그이 탓이 아닌걸 알면서도
더 쉬지 않고 왜 나왔냐는 염려섞인 말투도 짜증스럽고
내가 누워 있던 시간을 그대로 표시내고 앉아있는 그이가 밉살머리 스러워서 이발소라도 다녀오라며 시비를 걸어본다.
못이기는 척 가게문을 밀고 나가는 그이의 뒷모습을 눈으로 따라가며
몸이 개운치 않으니 내가 이러는구나 생각되어 조금 미안해 한다.
미리 몸을 챙기지 못하는 성격탓에
병을 크게 만들어 버리는 성격.
일거리를 뒤로 미루지 못하는 성격때문에
몸이 따르지 못하는 힘든일을 해대는 조급함...
모두다 내탓이거늘, 내 잘못된 성격 탓이거늘,
나는 한순간 그이에게라도 탓을 돌리고 싶어하면서
짜증으로 그이를 몰아 낸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이렇게 혼자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
전에 불렀던 동요의 한소절이
새삼스레 가슴에 와 닿는 날이다.
심하게 몸살을 앓고 나온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