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거기 있어 산에 오르듯,
강이 거기 있어 기차에 올랐다.
강촌을 만나러 가는 길은 내 마음을 붕붕나는 새처럼 만들었다
도시를 빠져 나가고, 낮은 언덕을 돌아서니
새가 앉았다 나르고, 미루나무가 정겹게 서있는 강 마을이
보였다.사람 그림자도 없는 현실의 각박함이 드러나지 않는,
무한히 열린 자연만이 차창을 스치고 지나갔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였지만 그렇게 낯설지 않았다.
꿈은 물안개를 부르던 석미경을 닮았다.
한쪽볼에 볼우물이 귀엽고, 그 큰 눈으로 꿈을 꾸고 사는
여자였다.
문은 언니같지 않게 젊어 보였다.
자전거도 힘들지않게 먼저 씽하니 탔고,
산에도 제일 먼저 앞장서는 싱싱한 여자였다.
한 낮에 강촌에 도착했다.
알맞은 기온. 적당한 바람.
강물도 여전히 흐르는 존재로 남아
산그림자 밑으로 떠돌고 있었다.
하늘이 하늘로 보이는 곳.
산이 산으로만 자리잡은 곳.
가을이 제대로 가을로 보이는 곳.
강마을은 지난날에 왔던것처럼 그대로 였다.
자연은 언제나 그대로이고 싶은데
우리들이 그것을 파헤치고, 자르고, 주물러 놓고, 버려버렸다.
사랑은 그대로이고 싶은데 사람이 버린것처럼...
자전거를 빌렸다.
코스모스가 피어있어 한들한들 노래가 나왔다.
샛노란 산국이 잡풀사이로 피어 있어
우리의 눈길을 온몸으로 받기에 충분했다.
하얀철망, 파란의자,색색의 코스모스와 어울려 아주 산뜻했다.
물따라 길이 이어지고, 길따라 꽃과 나무들이 이어지고,
우리들의 얘기도 계속이어졌다.
이런곳에 살겠다는 꿈..
조금 힘들어 했지만 사진까지 찍자던 들꽃.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다던 문.
단풍잎 두개 물위에 띄워 놓고 혼자 좋아했던 나.
삼백원짜리 커피에도 행복했고,
노란단풍잎 몇개 따들고 즐거워 했고,
계곡 물소리에 그리움이 그대로 묻어 났던 여행.
단풍든 절벽의 나무들이 노을빛 같았던,
가늘게 떨어지는 폭포수가 물안개 같았던,
바람에 날리던 나뭇잎이 저물 수 없는 인생 같았던,
강 마을에서의 하루.
마흔이 되어서야 삼십이 아까운것처럼,
오십이 되면 마흔의 이 가을날을 그리워하겠지.
푸른 청춘처럼 영원한 추억을 담아온 강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