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님의 도시락
요즘처럼 직장 구하기 힘들다고들 하는데 시아버님께서 취직이 되셨다.
아버님 말씀왈 주위분들이 아버님을 추천을 많이 하셔서
모회사로 부터 일을 해주실수 있느냐는 제의를 받아
그 제의를 받아 들여서 2월 1일 자로 출근을 하고 계신다.
2일에 한번씩 야간에 근무를 하시는데 저녁식사를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야한다.
어머님이 계시기에 아버님 식사는 내책임이 아니지만
어머님이 어디 외출이라도 멀리 가시게 되면 내차례로 돌아온다.
시댁 가족중에 제일 가까울것 같으면서도 제일 어려운분은 아무래도 시아버님이시다.
그러기에 그 도시락또한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어제는 어머님께서 집안 일때문에 멀리 부산에 가시게 되어
도시락을 내게 부탁하시고는 차를 타고 가셨는데
그시간부터 난 도시락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하고 고민에 빠져 버렸다.
김밥을 쌀까 ? 아니야 치아도 좋지 않으신데...밤에 무슨 김밥..
닭죽을 쑤어서 가져다 드릴까...아냐 밤에 무슨 닭죽..,
비빔밥에 간단하게 새우국 만들어서 가져다 드릴까...
그럼 각 나물 다 묻쳐야 하는데 언제 시장까지 가지..
무엇을 할까 고민 고민에 빠져들다가 에공 옆에 있는
목화식당에서 선지국이나 한그릇 시켜 드릴까...
하다가 아니야 어머님이 모처럼 부탁하고 가셨는데 싶어서
(가게 땜에 시장가기도 얼른 싶지가 않음)
아이들에게 몇가지 나물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켜놓고 저녁을 준비했다.
압력밥솥에 김을 모락 모락 땡글땡글 소리가 나고
하얀무우 얇고 넓적하게 썰고 조기3마리 넣고
고추가루 마늘 팍팍 넣어서 조기탕을 끓였다.
아이들이 사온 나물도 얼른 데쳐서 샛파랗게 고소하게
참깨 송송 뿌려 넣고 맛나게 묻히고 나서
계란말이까지... 어머님이 주신 김치 깔끔하게 담고 나니 저녁준비가 끝나갔다.
가게하고는 2분 거리이기에 굳이 도시락 꺼내서 싸기도 어색하기에
작은 쟁반에 하얀 접시에 갖가지 반찬을 담고 랩으로
씌워서 식을까봐서리 서둘러 아버님께 저녁식사를 가져다
드리고 나니 아버님께서 며느리를 불편하게 했다고
식당에서 배달 시켜서 먹으면 되는데 ...하시면서
이내 미소로 고마움을 표현해주신다
"아버님 조기탕 끓였어요 맛있게 드세요." 하고는 집으로 돌아오는데
예전에 같이 살때는 모르겠더니 이렇게 가끔 한번씩
아버님 식사 준비를 이렇게 해드리니 기분은 그리 싫지는 않았다.
지난 겨울 막내 아가씨 산후조리때문에 어머님이 서울에
가셔서 한달 반 정도를 우리집에서 매일 같이 식사할때는
어머님은 언제 오실려나 하루 이틀 손꼽아 기다렸던
못된 며느리가 이렇게 어쩌다 한번 해드릴수 있는
아버님의 도시락 배달이 오늘은 싫지가 않았다.
아버님이 건내주신 환한 미소 때문이였던것 같다.
내가 만든 음식이 아버님 입맛에 맞었으면 좋~~~겠다.
아참 아버님이 드실 후식을 깜박했었다
다음에는 과일 한쪽이라도 예쁘게 담아서 드려야겠다.
돌아오는 길목 밤하늘의 별들은 더 곱게만 보인다.
지리산 아낙네 베오울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