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에서 울어대는 바람이 계절을 잊은듯 하다.
밤의 여인 같던 목련도 어느새 가지만 드러내고
물이 오르기 시작한 나무 가지엔 비장함 마저 엿보인다.
소비심리가 향상 되는니 하는 기사거리도
먼 나라 이야기 같은데,
어디 한번 갈려면 옷장문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아내의
서글픔을 남편은 알기나 할런지...
기분으로 부어라 마셔 되는 자기네의 술값도,
노래방 최신곡을 훤히 꿰어 되는 하룻 밤의 호기도,
다 아내의 떨리는 살림 값의 산물임을 알기나 할런지...
나이에 따라 늘려가는 평수에 흥미도 없다는 아는이의 푸념에
애궂은 쌀만 벅벅 씻어 되는 그 마음을 알고나 있는지..
그 옛날 이남자만 있으면 하루를 굶어도 행복할 것 같았던
그 마음이 행여 어긋나기라도 할까봐
마른 빨래에 꼭꼭 줄맞춰가며 서랍 정리하는 이 못난 아내를......
비싼 장미 다발의 그 끔찍함도 다 느낄수 있건만
그 값으로 간식거리 계산하는 속마음을 어찌 알까.
동네에서 제일 싼 슈퍼는 안 보고도 찾아 갈수 있지만
우아하게 즐길수 있는 이름도 낯선 그곳은 들어도 모르는
반 무식이 되어버린 아내를 남자들은 알기나 할런지.......
새벽 부터 일어나 아침을 서두르며
은행알 망치로 두드려 대추,생강에 팍팍 끓여
혹시나 감기에 몸 헤칠까봐 조바심 내어보는
거울도 낯설어 하는 이 아내를
저 남자는 알기나 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