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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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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사리떼 쉭쉭쉭


BY 샤인 2000-08-14

아이들이 나간 냇가로 따가운 햇살이 눈부신 낮에
나도 선크림 바르고 모자에 양산까지 쓰고 따라 나갔다.
도시에서의 찌들린 때를 벗기라도 하듯 그렇게 물속에서
나올 줄 모르는 아이들...

우리 큰녀석은 이미 수영을 할만큼 했다고 집으로 들어오고
작은녀석이랑 작은집 애들이랑 셋이서 얕게 흐르는 물속에서
코를 박고 그렇게 무언가에 열중을 하고 있었다.

나도 첨벙거리며 그 녀석들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내가 다가온 줄을 알아 챈 녀석이 소리친다.
"엄마, 여기 송사리 굉장히 많아요. 다슬기도 두마리 잡았어요.."
세상에 정말 그랬다.
아직 어린 새끼 송사리들이 떼지어 노닐고 있는 것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발가락 사이로 들어오는 송사리들의 감촉이
간지럽게 느껴진다며 신기해 하는 녀석과
두손 벌려 가만히 담그고는 기다리는 사촌아이
그러다 순간적으로 들어올리며 송사리 잡았다고 소리치는 그 녀석
아이들의 동심이 따가운 햇살로 눈부신 파란 하늘에 어우러져
그렇게 한폭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시댁에 가서 집앞에 있는 냇가에서의 물놀이 장면이다.
내가 처음 결혼을 하고 시댁에 갔을 때가 생각난다.
그땐 제법 넓은 냇가에 하얀 자갈들만 쭉 깔려 있었는데
몇년동안 가뭄이 계속되면서 잡초들이 우거져 예전의 그 멋진
시냇가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도 올해는 비가 제법 내려줘서 물이 많이 빠져있음에도
아이들 물놀이 하기엔 아주 적당했다.

그 당시에 빨래감을 들고 냇가로 나가면 얼마나 물이 맑던지
하던 빨래 멈추고 마냥 물속을 들여다보곤 했었다.
그동안 얼룩져 있던 가슴이라면 다 씻어내기라도 하듯 그렇게
감동스런 마음으로 눈을 떼지 못했었다.
그때는 읍내에서 시댁까지 들어가려면 비포장 도로를 미터요금도 아닌 계산을 하며
펄쩍펄쩍 뛰어서 소변을 참아내기 쉽지 않도록 그렇게 들어갔었는데
지금은 아주 매끈한 길로 잘 다듬어져있다.
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아닌 어정쩡한 곳에서 살았던 나는
그런 깡촌은 처음이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있고 물이 흐르고 그래서 아름다웠지만
난 한동안 어설프고 낯설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시냇가에 나가서 빨래를 하는 일은 즐거움의 하나였다.
슬슬 몇번 흔들면 흐르는 물에 금새 비눗물 헹구어지고
그런 세탁이라면 얼마든지 손빨래 하는 일도 즐거울 것이다.

내가 자란 곳도 조금 나서면 작은 냇가가 있었다.
초등학교 다닐적에 비만 오면 내를 건너야 하는 학교
징검다리가 물이 불어 안보이면 신을 벗고 간신히 건너야했던 시내..
그곳에서 고무신으로 송사리도 많이 잡았었는데
새삼 아이들이 들여다 보는 송사리떼를 나도 신기한 듯 들여다보며
그렇게 바위돌 위에 앉아서 발 담그고 마냥 어릴적을 추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