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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립스틱


BY 아지매 2001-04-05

어제 남편은 새벽 1시에 들어왔다.
직원들과 고스톱치고 놀다 들어 온다 했다.
잠결에 문을 열어주고는 다시 이불밑으로 들어갔다.
'고스톱치면서도 술을먹나'싶을만치 술냄새가 진동한다.
묻지도 않는 고스톱이야기만 계속 해대는 폼이
수상하다.따지면 뭣하랴 싶어 자는척 했다.
어쩐일인지 씻고 조용히 자는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혹시 자기 옷에 뭐가
묻어있어도 오해 말란다. 와이셔츠를 보니
어깨부분에 립스틱 자국이 여기저기 묻어있다.
바지도 고스톱을 치면 심하게 구겨지는데
별로 구겨지지도 않았다. 시침떼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보나마나 아가씨 껴안고 춤추고 노래 불렀겠지. 아니면
더한 짓거리도 했는지도 모르고...
이제는 따지고 싶지도 않다. 지나간일 캐물어서 되물릴수도
없는데 서로 힘빼는 일은 하기 싫다.
옛날 나이든 이웃아줌마가 내눈으로 직접 보지 않은
바람은 따지지 말라 했다.그게 맘이 편하다고..
젊은시절 알게 모르게 바람도 꽤 많이 피우더니
아직도 그 바람을 잠재우지 못했을까?
옛말에 의처증이 있는 남자는 자기가 바람을 피우면
마누라도 피우는줄 알고 그렇게 의심을 한다 했다.
남편, 의처증이 얼마나 심했던지 한때 나는 신경과
치료를 받아야할 정도였다.
어떤때는 차라리 맞바람이라도 피우면 의심을 받아도
억울하지 않겠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으니까.
이제는 다 부질없는일, 나이가 먹어가니 남편도 나도
이제는 서로가 조금씩 포기를 하게 되었다.
설사 외박을 하고 와서 거짓말을 해도 억지로라도
믿고 싶으니까...이제는 평안함에 안주하고 싶은 나이가
되어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