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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BY shinjak 2002-04-05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마당에 있는 오십여 개가 널려있는 화분
몇 개와 같이 이사를 왔다. 4월이 되면서
싱그러운 새싹들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함께 이사를 와 줘서 고맙다는 듯.

마당에 나무가 많아 봄이 되면,
박태기꽃 불타는 넝쿨장미 라일락
주목 대추나무 사철나무 철쭉들
사이로 분꽃들이 지천이다.

대학원에서 심리상담 공부를 할 때
내가 왜 꽃을 그 중에서도 분꽃을
좋아하고 아이같은 생각
행동을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이 심리 공부의
근간이 되는데,확증을 얻을 수 있는
검증이 없다는 기억이 나지만,

그러나, 살아보면서 느끼는 것이
프로이드의 연상이라는 생각이 자주
떠오르면서 무릎을 친다.
특히 교단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사 연구를 해보면 굉장히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연상이 그의 삶을
주도한다는 사실에.

외갓집은 과수원이 있고,개울을 건너
들어간다.탱자나무 울타리 아래로
늘 개울이 졸졸 흐르면서 송사리 떼가
노닐었다.

그 아래 번질번질한 평상을 놓은 정자가
있고,자갈이 깔리고 윤기가 나는 장독대 옆에
보리쌀을 가는 홧독이 있다.

그 주위로 분꽃이 정자나무처럼 널려있다.
여름날 오후 3,4시 쯤 되면 수줍은 빠알간 분꽃들이
다투어 벌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나는 누워서 그 장관을 보면서 어린 꿈을 키웠다.

파아란 하늘에 뭉개구름이 지나가는 여름날 오후
소쿠리를 들고 할머니와 목화밭을 간다.
어린 시절의 목화밭은 하얀모래밭이였다.
솜뭉치를 몇 개 따다가 나는 언덕에 누워
뭉개 구름이 여행을 떠나는 것을 본다.
시원한 바람이 내 볼을 간지럽힌다.
적막하다,멀고 먼 곳에서 오는 바람 소리만 들릴 뿐.

그 어린 시절의 분꽃이 평생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꽃을 좋아하는 마음이 남달라
지금도 나는 누가 쓰레기통에 버린 꽃까지
주워다 집안 구석을 어지럽혀 놓는다.

오늘은 식목일,
화분에 수북히 나 있는 분꽃들을
정성껏 꽃삽으로 떠서 아파트 곳곳에 시집을 보냈다.
어느 아주머니가 지나 가면서 무슨 모종입니까
참 아름다워 보입니다.

즐거운 일이 또 한 가지 생겼다.
시집보낸 분꽃들이 잘 사는지 날마다
들여다 봐야 하는 일.

창넘어 개나리 언덕에 노오란 꽃송이들이
심심한가 보다 어느새 연두빛의 물감이
점점이 찍혀있다.머슴새가 운다.
한들한들 개나리 가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