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의 할머님과 바구니 옆에끼고 나물울 캐러 다녔읍니다.
따뜻하다못해 더운 봄볕에 끄을르는 피부는 아랑곳않고
호미한자루와 과도 한개 챙겨들고는 작은 들녘으로 우린 행했읍니다
흐드러진게 쑥이고
이미 쇠해서는 꽃대가 올라오는 냉이와
한옆의 노오란 꽃을 피우는민들레.
그리고 파릇거리며 고개를 내미는 질경이.
쑥만을 따로 한옆으로 담으며 냉이와 질경이와 민들레는 모두 한데 뒤엉키게끔
바구니 한 옆을 채워 갔읍니다.
가는곳곳에 개나리는 흐드러지고.
어느새 꽃을 피운 진달래도 볼수가 있었고.
몽우리 탐스러운 철쭉도 볼수가 있었읍니다.
할머니와 나는 나물을 캐러 나온것이 아니고
봄을 맞고 서둘러 오는 여름을 맞으러 나온것입니다.
가끔씩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눈살도 찌푸리고
따사로운 햇볕에 하늘도 한번 바라보고.
이름모를 야생화 앞에서는 탄성도 질러봅니다.
할머니께서는
" 이화 에미는 꼭 어린애 같구먼...꼭 들 강아지마냥 잘도 쏘대고 "
마냥 좋아하는 내가 당신의 눈에는 철없는 어린애로만 보이나 봅니다.
" 어여 나물이나 캐 "
혼자 바쁜 손놀림에 그여 할머니께서는 한 말씀 하십니다.
" 네, 할머니. 봄 바람이 참 좋으네요 "
" 어이구~ 그러다 봄 바람 들라~ "
할머니의 말씀을 뒤로하고 이제는 얕으막한 야산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거동하기가 어려우실까 난 발걸음을 더디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할머니와 보조를 맞춥니다.
묵은 소나무의 향이 훅~ 하고는 코끝을 스칩니다.
밟히는 묵은 나뭇잎소리들이 참 듣기에 그만 입니다.
일부러 보려하지 않으면 제대로 보이지 않을것 같은
이름모를 야생화들은 노랗고 보라색으로 여기저기에
고운 새색시마냥 자태를 들이 냅니다.
마치 수줍어서 더는 사람들앞에 나설수 없다는듯.
그렇게 한귀퉁이에 꼭꼭 숨어 있읍니다.
한 옆에서 할머니는 당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하십니다.
나보고 들으라는것인지...아니면 당신의 혼자말씀이신지...
건성으로 난 대답을 하며 눈과 마음으로는 봄향기와 꽃들에 취해있읍니다.
구부린 허리로 어느만큼을 가다보니 벌써 야생 마 가 진한 녹색의 어린잎을
힘들여 너울대고 있읍니다.
" 할머니 마 잎이 벌써 나왓네요 "
" 으이구~ 그거 나온지가 언제라고... "
별거 아니라는듯 할머니는 힘도 들이지 않고 말씀 하십니다.
넋을놓듯 멀건히 그렇게 어린 마 잎을 바라봅니다.
" 어여가아~ "
할머니께서는 어서가자고 채근을 하십니다.
나물캐러 가자고 부추켜놓고 해찰만을 떠는 내가 사뭇 못마땅 하셧나 봅니다.
" 네 가야지요. 근데 할머니는 많이 캐셧네요? "
정말로 봄향기에만 취해있던 내 바구니는 채 한주먹도 되지않는
나물들이 뒤죽박죽 들어있엇지만
할머니의 바구니에는 어느새 소담스레 많은양의 나물들이 각기 다른모습으로 함초롬히
들어 앉아 있읍니다.
" 우와~ 할머니 많이 뜯으셧네요 "
" 이화엄마처럼 그렇게 나물을 캐면 흉년에 밥 빌어먹겠다 "
푸~훗.
그냥 웃습니다.
나물을 캐러온다는 명분하에 나는 봄향기를 맡으러 나온것이니까요.
" 이제 고만가. 손자들 올때 됐어 "
" 네 그럴께요 "
할머니와 나는 나물을, 봄 향기를 다 캐었읍니다.
거의, 얕은 야산을 내려왔을때 할머니께서는 얼른 당신의 나물 바구니에서
한웅큼 나물을 쥐어서는 내 바구니에 담아주십니다.
" 아니 괜찬아요 "
한사코 거절하는 내게 할머니는 그냥 가져다 한끼 해 먹으라고 하십니다.
고깟걸로 한끼라도 해 먹겠냐면서 말입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너른 평상에 나물들을 펼쳐놓고 종류별로 고릅니다.
오늘저녁 한끼는 충분히 먹을수 잇게끔 나물들의 양은 제법 되었읍니다.
쑥으로는 된장풀어 쑥국을 끓일것이고.
질경이와 민들레는 꽃소금과 깨소금. 그리고 참기름 한방울 떨어뜨려
조물조물 무쳐 놓을것이고
냉이는 된장과 고추장을 반반섞은 쌈장에 무쳐 그렇게 또 한접시를 만들어 놓을것입니다.
교육받으러 나간 남편은 어디로 샛는지 아직 돌아오지 않는데.
오늘저녁 우리네 식탁은 봄향기와 봄 나물로 인해
훨씬 풍성한 식탁이 될것입니다.
그 향기 식을세라 난 서둘러 주방으로 가야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