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72

시월의 마지막 아침


BY 바늘 2000-10-31



형수님!

막내 며느리인 나게게 호적상 형수라 불러줄 시동생은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늘 다정한 목소리로 형수님을 불러주는 시동생이 나에겐하나 있다.
어쩌면 호적상 피를 나눈 남편의 형제라도 그렇게 잘 이형수를 헤아려 주긴 쉽지 않으리라...

10여년전 나의 시동생이 되어준 상완이 아빠!
그 상완이 아빠는 지방에서 서울로 취직이 되어 우리 남편의 직장 후배로 연을 맺었다.
타향이 낯선터라 우리 남편을 늘 따르더니 곧이어 아리따운 신부를 맞이하여 가정의 울타리를 틀게 되었었지.

상완이 아빠는 신혼의 그 울타리를 당연한 듯이 우리가 사는 아파트 단지로 정하고 그때 부터 한형제 처럼 그렇게 정을 나누며 살아가게 되었다.

지방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 올라온 상완이 엄마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정말 동서 지간이었더라면 하고 바랜적 도 많았었다.
자연의 순리로 곧이어 입덫을 시작한 상완이 엄마는 상완이를 갖게 되었다.
그 두 부부는 늘 상 나의 식탁에 일등 단골 손님이 되어 형수가 만든 찌게가 천하 일품이라며 맛나게 한그릇 뚝딱 비우곤 했었다.

상완이 엄마는 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입덫을 잠재워주던 나의 그 매콤한 쫄면은 잊을 수가 없단다.
그렇게 나의 쫄면과 매콤한 김치찌게를 잘먹던 상완이 엄마의 배는 점점 불러오고 어느날 인가 울먹이며 상완이 아빠가 전화를 했다.

형수님! 어쩌면 좋아요 배안에 있는 아이가 잘못되어 병원에서 중절을 하라고 한단다. 안그러면 아이는 물론이며 산모가 위태하다고 했단다.
난 진정하라 이르고 내일 다른 병원으로 가보자고 했다.
오진일 거란 말로 위로를 하면서 말이다.
그때 상완이가 그 오진한 병원장의 말을 고지 들었더라면 아마 지금 반장을 하고 너무나 잘생긴 똘망한 우리 조카는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겠지?

그렇게 상완이는 배안에서 소용돌이를 치면서 아주 잘자랐다.
산달이 되오고 상완이 엄마 배는 정말 잘 영근 박처럼 산을 이루더니 잠속에 빠져 있는 깊은 밤 우리 부부를 급하게 깨우고 양수가 터져 곧 출산을 할것 같다는 전갈을 보내 왔다.

나와 남편은 그길로 상완이와의 첫만남을 갖기위해 두 부부를 태우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 그런데 매달 다니던 병원에 들어서자 마침 병실이 만원이라 도저히 입원이 안된단다. 상완이 엄마의 진통은 계속 되는데 그 당황스러움이란...

다시 다른 병원을 찾아 시간을 흘려 보내야 했었지. 그리고 마침내 몇군데의 방문끝에 병원을 찾아 그제서야 어렵게 상완이는 이세상에 힘찬 울움으로 탄생을 하였다.

상완이가 기어가고 상완이가 걸음마 하고 상완이가 옹알이하고 상완이가 돐을 맞이하고 그렇게 상완이는 무럭 무럭 자라가고 상완이 동생이 또 맹글어 지고 상완이네는 행복함 속에 보금자리를 다져 나갔었지.

언제나 형수님 하는 그 다정함과 상완이 엄마의 형님 형님 하는 그 정 가득한 불리움 속에 나도 더불어 행복했던 시간들...

전세집에서 자기집을 마련하고 알뜰 살뜰 살림도 잘하는 상완이 엄마. 올 여름 계절의 끝자락에서 그 상완이네 가족을 만났다.
지금은 우리 남편의 이직으로 헤어졌고 상완이네는 몇년전 지방 지점으로 발령을 받아 내려간 터라 우리의 만남은 정말 을메나 반갑던지...

하마터면 세상과 인사도 못할 뻔한 상완이에게 상완아빠는 너를 이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고마운 분이라며 장장의 과분한 소개를 했다.

형수님! 어떤 맛난 것 사드릴까요? 형수 하룻밤만 주무시고 가세요? 아이고 어찌나 두 부부가 극진한 대접을 하던지 우리는 그날 너무나 행복, 그걸 가슴 가득 안고 돌아 왔었다.
살면서 우리는 때로 남의 도움도 받고 때론 남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남에게 받은 작은 헤아림을 십여년을 두고 두고 저리 고맙다 하는,피 한방울 관련 없는 우리 시동생 부부는 아마 스스로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 같다.

어찌 그리 이쁠까?
상완이네 집을 다녀 오면서 그동안 상완이네가 일궈낸 경제적 큰 발전도 놀라웠지만 상완이네가 우리 부부를 향하여 일궈가는 그 작은 고마움의 연속을 보고 새삼 놀라워했다.

그래!
정말 상완이네 가족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인가봐
그럼 우린 사랑 주기 위해 태어났을까?

이 아침,시월의 마지막 아침에 문득 상완이네 가족이 떠오름은 요즘 어딘가 쓸쓸한 나의 마음에,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왔음 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