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극기훈련을 다녀온 빈이의 베낭속에는 조잡스럽다고밖에
표현 할 수 없는 선물들이 하나 둘씩 나왔다.
물론 빈이에게는 우리 모두 와~하며 좋아하는 척 했지만
사실 안사왔으면 했던 마음이었다.
그중 젤 괜찮은게 여러가지 꽃을 찍은 엽서뭉치였다.
"엄마는 꽃 좋아하시니까, 내가 꽃그림이 있는 엽서 샀어요."
"호~ 너무 예쁘다, 빈아...엄마가 여기다가 아는 사람들에게
엽서보내야 겠다."
다행히 작년처럼 이상한 브로치를 사가지고 와서 엄마, 왜 내가
사준 브로치 안다시냐고 하도 성화를 해서 보는데서는 달고 다니며
흐뭇한 표정으로 내내 좋아하는 척도 하고, 빈이는 어쩜 눈(?)이
그렇게 높니? 물건고르는 안목이 뛰어나다고 억지 칭찬도 했었다.
거기데 대하면 엽서는 아주 괜찮은 선물인 셈이다.
"아빠는 이거 곰방댄데 가게 아저씨가 그러는데 여기다 피면 좋대요"
남편 역시 어른 손가락 크기 만하게 아주 조잡스럽고 과연 담배를
꽂으면 연기가 제대로 나올까 의심이 되는 곰방대를 당장에 입에 물고
"하하하 우리 빈이가 아빠 담배끊으시라고 매일 쫓아다니며 잔소리
하더니 지쳤나보다...ㅎㅎㅎ"하며 담배를 시범적으로 피워본다.
신기하게도 연기가 제대로 나온다.
남편은 곰방대를 물고 베란다로 나가 손가락으로 빈이에게
ok싸인을 보내며 윙크를 한다.
빈이의 아주 만족한 얼굴...
형아에게는 행복한 우리집이라고 써있는 작은 나무토막을 잘라 만든 열쇠고리가 내밀어졌다.
"형아, 이거 아저씨가 그러는데 매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행운이 오는 열쇠래. 내가 형아한테 행운을 주는거야."
선이는 그걸 받아들고는 크게 웃는다.
"빈아, 안그래도 형아는 행운이 넘치는 사람인데, 거기다 플러스까지
해주니 감동의 물결이 인다..ㅎㅎㅎ"
이렇게 빈이의 선물 수여식(?)은 끝났다.
아니 끝난게 아니다....
매일 이어지는 선물의 사용여부 확인.
아빠는 담배를 필때마다 빈이의 눈이 무서워 조잡한 곰방대에
담배를 끼워 피워야하고, (어떨땐 몰래 밖으로 나가 피우고 들어온다)
나는 정말 어디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계단이라도
찾아가 엽서를 끄적여야 할까보다 할 정도로 엽서의 남은 량을
체크당한다.
선이는 또 어떻고....
학교갈때 교복바지 주머니에 행운의 열쇠고리가 들어있는지,
사복바지로 옮겼는지....
"형아! 열쇠고리 가지고 가지? "
"와~ 이건 차라리 고문이다...크~"
이러면서도 동생 머리를 크게 한번 헝클어놓고는 웃으며 나간다.
빈이는 자신의 탁월한 선물 품목 선택에 대만족을 한다.
사실 극기훈련가는 빈이에게 오천원을 주었다.
많은 돈을 가지고 갈 필요도 없고, 공중전화 카드도 넣어주고,
일회용 카메라도 넣어주었다.
오천원의 사용용도는 목마를때 음료수나 급히 쓸일이 있을때
사용하라고 이르고는 선물은 사오지 말라고 당부를 잊지않았다.
그런데,
빈이는 생각이 다른가보다.
작은 것이라도 가족을 생각하고 그 사람의 용도에 맞는 것을
찾느라 내심 고민도 했을것이고, 그 것을 사는동안 행복한 마음도
들었을것이다.
선물을 줄때 받는 사람의 표정과 말을 들으며 무척 좋아했다.
빈이는 그런것을 즐긴다.
친구들이 이것 저것 사먹으며 군것질할때 나는 '주는 마음이 더 큰
기쁨'이란걸 알기에 참았다고 일기에 써놓았다...
작은 일에 그렇게 빈이가 깨달았다면 굳이 선물을 사지마라고
강요할 일이 없어짐을 느낀다.
아이에게 배우고 사는 요즘의 생활이다.
지란지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