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탄진 벚꽃 축제는 4월 5~7일까지 열립니다.
일요일 낮엔 남편과 금산에 에어컨을 달러갔었습니다.
금산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었는데요.
남편과 단둘이 에어컨 달면서
틈틈이 볼풀에 들어가 수영도 하고
옆으로도 누웠다, 뒤집었다 그랬거든요.
엉덩이가 넘 커져 미끄럼틀은 엉덩이를 좁혀서 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 신이 났습니다.
밥 먹는데 아주 쪼끄만 분홍색 의자에 앉아
분홍색 탁자에 남편과 소꿉놀이 시절로 여행 온 것 같았습니다.
치마저고리가 인상적인 분께서
커피도 손수 타다주셔서 마셨습니다.
남편이 일찍 일어나 드라이브 겸해서 가자고 했고, 좋다고 했습니다.
차에서 노래도 흥얼거리며, 목련 꽃, 개나리, 진달래를 보았고
작은 민들레꽃도 봤습니다.
복숭아며 배꽃 산벚꽃 피는 동안,
저는 17인치 모니터만 보았습니다.
남편에게 나물 뜯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또 그 사소한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그럽니다. 가고 싶은 곳을 말하면, 일이 생기면 만들자고 말입니다.
에어컨 설치가 일요일에 잡히면 난 또 따라 가겠지요.
돌아와 차안에 혼자 남아 라디오를 들었습니다.
볼륨을 올리고, 차 한잔 준비해 차 속에 젤 편안 자세로 말입니다.
재산이 없는 시인이 과수원 주변 허름한 집에 거쳐하며 시를 썼다고 합니다.
과수원의 노인은 열심히 꽃 순을 잘라주고 바쁘게 지냈는데
몇 일 후, 과수들이 잘라졌답니다. 청년들에 의해서요.
그래서 시인이 물었답니다.
-왜 자르는 거죠?
주인이 말했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타산이 맞지 않아서 자르게 됐지요. 저 나무를 첫애 낳을 때 심었고
꼭 25년을 함께 했는데 말입니다. 저기 자르고 있는 아들 보이시죠.
그런 방송을 들으니 포도밭이 생각났습니다.
노지 포도도 있지만, 포도 하우스가 많았습니다.
그분들의 일을 구경하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과는 틀리겠죠.
돌아보니 아이들 넷이서 빨간 벽돌을 망치로 깨고 있었습니다.
가루가 만들어지니 남편이 묻더군요.
-왜 가루를 만드는데?
-재미 있자나요.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 빨간 벽돌을 돌로 문질러 가루로 만들어 풀 뜯어 담고, 고춧가루 대신 뿌렸던 기억이 난다.
저 애들도 나중에 추억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집 울타리 옆집에서 회를 시켜 술 한잔 하자한다.
술을 마시며 무르익고 있는데 아이들이 들어와 신탄진 담배인삼공사에 벚꽃구경을 가자한다. 아이들 손에 이끌려 다녀왔습니다.
신탄진 철로 옆 노란 개나리 낮은 울타리로 피었고, 위론 하얀 벚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3월 마지막 날은 토박이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 벚꽃나무 아래에서
악수를 나누고, 대화가 오가며 술에 취해갔습니다.
세월의 담을 넘어, 나 누구 집 뒷집에 살던 누구라고 소개를 해도
명함을 손에 받고도 기억이 안나 멀쑥 멀쑥한 분도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선배지만 막 놓고 맘 편하게 과거의 일들을 말하며
좋아라 통하는 분들이 많아 기쁘게 술에 취했습니다.
토박이라는 것, 떠나고 싶어 안달하는 나에게 내 고향의 모습들을 느끼며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얼마 전 제주에서 아이들 수학여행 인솔해서 오신 분이 말했던 것 중,
성산포에서는 창문만 열면 바다가 보이고,
10분 거리면 바다가 보인다고 말입니다.
그건 꿈입니다. 신탄진에선 말이죠. 부러움이고 말입니다.
대신 전 늘 성산포를 꿈꾸며 그리움을 키웠습니다.
그것이 아름다움이겠지요.
사월 달력에 섭지코지에 노란 유채 밭 뒤로, 성산일출봉이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지만 사진 한 장에 사월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또 대전에 대해, 신탄진의 일상을 적으면 호기심 어린 동심으로 그리움을 키울지도 모릅니다.
울타리 안에 함께 살게된 가족에게 말했습니다.
대전은 회는 먹기 힘들지만, 닭 요리가 유명하죠.
구즉 도토리묵을 먹어봐야 하고, 동학사 입구 더덕구이와 동동주를 마셔봐야 하고,
우암 송시열 사적공원도 가봐야 하고...
그렇게 함께 갈 꿈을 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