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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을 찍고 보니


BY 임진희 2001-04-02

봄은 벌써부터 우리집 베란다에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동백꽃이 하나둘 피어 나더니 일찍 핀 꽃송이는 역할을 마치고

시들어 가고 지난 추위에 얼었는지 철쭉 나무잎이 말랐었는데

두송이 꽃송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몇그루 되지 않는 화분은 제 나름대로 역할을 다 하고 있는것 같다.

큰 녀석이 몇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이름하여 공익 법무관으로 지방

에서 일년간을 근무 하게 되어서 어제는 남편과 둘이서 하숙집을

구해주고 늦은 버스를 타고 돌아 왔다.나머지 이년간은 서울에서

근무 하게 된다고 한다.

작은 아들은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해서 사 학년이니 엄마 손길이

닿지 않아도 그럭 저럭 살아 갈수 있을것 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결혼전 까지는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친구들끼리 모이면 농담도

한다.

오늘은 내가 운동 하는곳에서 야유회를 갔는데 나는 오랫동안 미뤄온

병원에 갔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건강하다고 자부해온 편이지만 요즘 들어서

식도 부근이 갑짜기 아프고 좀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듯 아무렇지

않아서 차일 피일 병원가는일을 미뤄 왔던 것인데 어제 저녁부터

밥을 먹지 않고 있다가 날씨도 꾸물 한것 같지만 용기를 내서 가까운

병원에 갔다.

여늬때 같으면 항상 남편과 함께 가는데 동네 병원이라서 복잡 하지도

않고 감기때문에 몇번 들린적이 있고 의사 선생님도 마음 편한 분이

라서 혼자서 같다.

얼마전에 앞집 아줌마가 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두번 다시 하기 싫다고 하시며 요즘은 수면 내시경이

나왔으니 그것을 해 보라고 권 하셨다.

원래 겁이 많은 나는 수면 내시경을 해 달라고 했다.

문진을 할때 소화는 잘되냐고 물으셨다. 뭐든지 잘 먹고 잘 자는

편이라서 그것은 걱정이 없는데 식도 부근이 가끔 아프다고 말씀

드리고 참고로 친정 아버지가 위암으로 돌아 가셨다는 가족 이야기도

덧 붙였다.

목 마취 약을 입에 물고 있다가 뱉어 내고 한참후에 링거 주사를

맞으며 직접 목젖에 액체 마취를 삼분 간격으로 세번 뿌리고 링거에

안정제를 넣어서 주사하는 것을 끝으로 나는 잠속으로 빠져 들어간듯

기억이 없다. 굵고 검은 줄을 보고 저걸 다 넣느냐고 겁을 냈는데

깨어나 보니 벌써 끝났다고 했다.

집에 돌아 가겠다고 했더니 오십분동안 주무시고 가라고 만류 했다.

병원과 집은 바로 가까이에 있기에 집에 가서 눕고 싶었는데 안된

다고 하셨다.

나는 왠일인지 아이들을 낳고도 자본적이 없다. 다른 산모들은 다들

지쳐서 잠을 잤지만 나는 눈이 말똥 말똥 해서 가지고간 잡지를

뒤적이고 있었다.

억지로 눈을 감고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의사 선생님과 마주 앉아서 화면으로 비치는 식도와 위를

볼수 있었다. 깨끗하다고 하신다. 그러면 가끔 아픈 이유는?

신경성일수도 있고 산이 역류되어서 그런수도 있다며 참고로 가슴

엑스레이 촬영을 해 보라고 하셔서 그 사진도 찍었다.

역시 이상 없다고 하신다. 요즘 주위에서 아픈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고 건강 하다고 자부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서로 서로 첵크 하기를

권유 하기도 한다. 아무튼 매일 바쁘다는 핑계로 병원을 멀리 했는

데 오늘 가보기를 잘 한것 같다.

야유회에 함께 가지 않는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한가지 숙제를 한것 같아 마음은 홀가분 하기도 했다.

만약의 경우를 예상 하고 마음으로 여러가지 생각을 하기도 했으니

사람은 정말 약한 존재 인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다른 날보다 일찍 들어온 남편에게 과정을 설명 했다. 낮에 전화를

했더니 아직 돌아 오지 않았다고 했다. 아마 그시간엔 내가 잠들어

있을 시간이였다.

원수니 악수니 싸우던 사람도 한 사람이 먼저 떠나면 서운 하다고

하니까 조금은 신경이 쓰였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해서 겁을 내던 내시경을 수면 내시경 덕분에 두려움 없이

확인해 볼수 있었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구십프로 깨끗하지만 의사 입장에서 백프로라는

말씀은 드릴수 없다고 덧붙였다.

나는 그 말씀을 이해 할수 있기도 했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지만

어느분이 조직 검사를 자주 받았지만 암이 아니라고 했다는데 바로

검사한 그 옆부분에 암이 생겨서 결국은....

운명 역시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병원에 갈수 있음을

행운이라고 생각 하며 궁금해 하는 분들에게 몇자 소식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