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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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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


BY 봄비내린아침 2001-04-02

그녀는 예뻤다.그녀는 예뻤다.
그녀는 예뻤다..
몇번을 미루고, 몇번을 뜸들이다
우리, 결국 만났다. 만나고 말았다.

전날까지 뿌리던 때잃은 눈발도, 자고나니
소풍가는 아이의 바램을눈치챈
그시절, 그날 아침처럼
쾌청청, 바람 또한 훈훈했다.

1시간 30분..
그녀를 만나러 달려가는 시간
결코 지루하거나 멀지않았다.

차창을 스치는나무빛, 눈이 시릴만큼 푸르렀고

아직 물이 덜오른 철쭉이며 진달래 빛 또한 너무나 고왔으며
그사이 사이 진노랑색 물감을 덧칠한듯한 개나리의 조화
또한 싱그러웠다.

비록 얼굴에 닿진 않았지만
차창을 휘릭 휘릭 지나가는 3월끝 바람내음..
흐음...느껴진다

그곳에 내려서니 조금 설렌다
첨이니까,,첫만남이니까,, 그리고 낯선 도시이니까

어떨까?
서먹할까?
친근할까?
어색하고 쭈빗거릴까?
잠시 머리를 굴려보았다..

지하철로 몇정거장을 움직여
마악 7번 출구를 빠져나올무렵
또랑하고 확실한 음으로 나를 불러세우는 이 있었다.
그녀,,
귀에익은 설지않은 목소리의 그녀가 거기 있었다.
어리둥절하니 선 나에 비해 금새 나를 알아봐준다.

참 예쁜아이구나..
첫 느낌.

작으면서, 다부지고, 빈구석이 안보인다.
사진보다 조금 야위었나?
좀 싱겁게 서로 마주보고 씨익.웃었다.
아니, 덥썩 손을 잡았다.

그 시절, 여학생때의 친구처럼
손을 꼭 쥐고 지하철을 벗어나
햇빛속으로 나왔다.
쏟아지는 3월의 햇빛속으로

이내,몸에익어버린 우리 두 사람,
마치 소녀처럼 재잘대며 시내를 한참 걸었다.
어디,,
분위기좋을만한 수다방을 찍기위해 눈을 굴리면서


뭐였더라? 레스토랑 이름은 정확하게 생각나지않지만
오래되어 빛이바랜 체리빛 목조계단을
열서너칸큼 밟고 올랐다.

외벽의 분위기에 비해 실내는적당히 넓고 안락하다
블라인드 사이로 스미는 햇볕도 너무 밝거나
너무 어둡지않게 적당했다.
모든것이 아늑해보였고, 포근해보인건 함께한 그녀때문이었을까?

조금, 구석진 자리를 택해 마주앉게 된 우리
손을 잡고 흘낏흘낏 보던 옆모습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녀

이리저리, 뜯어보아도 참 다부지게 생겼다
톡부러지게, 지 앞가림하난 확실히 하게 생겼다.
부럽다
난, 아니니까.
난 좀 물컹하고 흐물흐물하고 뜨듯미지근하니까,,
그런 그녀모습 더 예뻐보인다.

목소리 하난 익히 귀에 익은지라
종알 종알 수다를 떠는 사이 슬쩍 눈을 감았다 떴다했다.
더 친근해진다.
아직은 조금 낯 선 그녀얼굴이기에..

'천국의 아이들' 영화를 볼양이었지만, 시간이 좀
어수선한탓으로 그냥 한곳에 눌러앉아 밀린 속애기나 실컷
풀어내기로 했다.

언젠가,그런 기억이 있다.
첫만남에 무얼할까,무얼먹을까. 너무 잘 보내보려고
애써다가 시간낭비만 잔뜩한 기억이 난다
. 그냥 엉뎅이 한군데 눌러붙이는게 나을상 싶기도 했다

. 돼지..의 어떤 부분을 우린 참 맛있게 먹었다.
맛있었다.
나는 대충 대충 손에 닿는대로 접시를 비워대는 데 비해
건너다보니
한점 흔적없이 말가니 자로 긋듯 접시를 차례로 비워가는
그녀..
역시, 어디에서건 성격은 드러난다.

종업원들의 몸에 벤 친절이 좋았고
많이 북적대지않아 좋았으며
따라나온 김치맛도 좋았다.

특히 매장에서 듣는 습관적이고 짜증나는 소리로서의 음악이 아니라
꾹 눌러앉아 여유롭게 듣는 음악,
기분좋은 이와 함께한 음악이 더 더욱 좋았다.

조금 아쉬움을 남기고 일어서야했다.
난,가야할 길이 멀었고
그녀 또한 밥때를 기다리는 가족이 있었으므로,

일어서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해는 저만치 서쪽끝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반쯤,,도시의 회색건물들밑으로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지하철로 역까지 왔고,
토요일이나 겨우 얻은 좌석 하나.
30여분쯤 여유가 생겼다.
다 행.

구내매점이 눈에 들어왔다.
내게 있는 시집,
내가 좋아 자주 손떼묻히는 시집
류시화님의'외눈박이물고기의사랑'
그 시집을 사서 그녀손에 쥐어 주었다.
소녀처럼,아이처럼 좋아해주어서
내 기분이 한결 더 빛이났다.

짧았지만 우린 휴게실에 앉아서
아까와는 조금 다른색의 애길 한 거 같다.
류시화님의 시집을 간간들추며 시에 대해 애기했고
사랑에 대해서도 간단히 애기했으며
신랑 애기며, 사는애기...

일어서서 개찰구를 나오는 등뒤로 그녀는 팔랑 팔랑
손을 흔들었다.
세번쯤, 네번쯤 뒤를 돌아보았는데
여전히 눈에 띄눈 곳에서 손을 흔들고 선 그녀,,

문득,,
그때 생각이 난다

꼭 그만치의 거리에서 손도 흔들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떤 친구 생각이 난다
몰리는 인파들속에서 움직이지도 않은채
큰눈만 굴리던 친구 생각이 급습했다.

나 또한 지금처럼 자주 돌아보지도 못했고
손도 흔들지 못했다.

자꾸 그때 생각이 나서
손도 흔들어주지 못한 그때가 후회되어서
몇번을 돌아보며 같이 손을 흔들었고
이리 저리 몸을 움직이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그녀 모습을 보며 마지막으로 웃었다.

3시간쯤의 만남
첫만남였고, 그닥 평범하고 편한 고리로 연결된 만남은 아녔지만

하루,, 느낌 강한 그녈 만나 나는 행복했다

. 혼자탄 기차에서의 기다려지던 설렘도 좋았고
나눠마신 양많은 커피의 향도 좋았으며
잘 찍어 들어간 만남의 장소
그 분위기가 썩 맘에 들어 더욱 다행였다.

내게 예쁜 추억을 한장 그려준 그녀
고맙고 감사하다.

말해주지 못했지만
그녀는 참 예뻤다.
누구와 비교 안되는 상큼한 향이있었고
또랑또랑한 목소리의 여운,,귀에 쟁쟁하다.

그에 비해 나는 좀 쳐졌다.
'언니같다'고 표현하기도 한 그녀 말 처럼
난 그녀보다 수년을 더 산 사람처럼 물이 바랜듯 스스로 느꼈다.

그녀에겐 내게없는 열정도 있었고
의욕도 있었고 밀어부치는 강한 힘도 있어 뵌다..
건너다본 그녀눈빛에 뭔지 모를 아득함이 있다고
나는 내내 생각했다.

꿈꾸는듯한 눈빛
작고,다부지고,단단하고 매워보이지만
한겹 한겹 껍질을 벗겨내면
희고 독특한 향을 품은 양파같다고나할까

그녀의 아득해 보이는 눈빛이 멀리 아주멀리
보고있다는 것을 애기하는 내도록 나는 느꼈다.

동질성을 가진 사람만이 알아볼 수 있는
그리움 잔뜩묻은 눈빛

속에 저글저글 끓는 열정을 콱 움켜쥐고서
풀지않으려고 온몸을 긴장한듯한 그런모습.

사진을 찍듯
콕..
머리속에 박혀들어온
깡이 있어 뵈는 그녀는..

그녀는 예뻤다.

내가 본 그녀는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