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지키미가
요 며칠 외출이 잦았다.
오늘은
삼수를 했던 맏이와 입시생인 둘째를
동시에 대학문으로 날려보낸
한 동창이 쏘는 날이란다.
모임이라고는 다 문 닫은 지가 삼 년 째,
선뜻 내키지 않는 부름이었지만
그동안 그 친구의 마음고생을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꿔다논 보릿자루마냥
쭈빗쭈빗거리며 끼게 되었다.
듣기만 하자고 마음으로 다짐은 하고 갔건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 머릿속은 왜 그리도 복잡한 지......
아파트 평수 넓히는 거, 재태크 이야기, 노후생활에 대한 준비 등등,
내 입장에선 족히 감사하며 살 친구들이건만
자신들보다 더 가진 사람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불안해 하는 모습에
실로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삼 년 전의 내 모습이
그들 대화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었으니
그렇다고
내 어찌 감히 손가락질을 할 수 있으랴!!
넓은 집에 살면서 로얄층이 아니라 불만이었고,
건강한 몸이었지만 맘에 들지않는 몸매가 불평이었고,
달마다 통장으로 들어오는 생활비가 있었지만
누구네 집보다는 적다고 입을 내밀었었다.
세상은 돌고 돈다고 했건만
그 건 남의 일이지 내 앞에 떨어진 발등의 불은 아니었다.
하지만 IMF 금융구조조정이 닥치자
그 모든 사실은 한 순간에 내 등잔불이 되었다.
버스를 타면
열심히 운전하시는 기사아저씨가 부러웠고,
집에선
밤새 졸며 새우잠을 주무시는 아파트 경비아저씨가 부러웠다.
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밑바닥으로 내려가기 싫어,
온 밤을 하얗게 지새며 눈물로 배겟잇을 적시기도 했고,
인간으로서 생각해서는 안 될
못난 마음까지 먹어 보았다.
하지만 낮은 곳에서도
사는 재미는 봄볕처럼 따사롭다는 진리를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세월이 필요하지 않았다.
피난보따리처럼 챙겨서 나왔던 첫 날 밤의 기분은
보드라운 고양이의 털처럼 편안했다고 할까?
그래!
왜 내 어께가 축 쳐져야하지?
단단한 바닥이 주는 감촉이 이렇게 따스한데......
?기는 듯한 불안감의 주인은
오히려 오늘도 "더더!" 를 외치는
그런 사람들의 몫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