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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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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돌이가 혼자서 체험학습보고서 쓰다.


BY norway 2001-03-31

어제는 퇴근하면서 후리지아 한 다발을 사왔습니다.
노란 그 꽃을 아이들 방에 반씩 나눠서 꽂아주었습니다.
방 안으로 봄이 들어온 것 같았지요.

그리고 밤에는 김치를 담갔습니다.
시간도 늦고 피곤하기도 했지만,
냉장고에 김치 꼬투리 하나 남아 있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담아야만 했답니다.
김장 김치도 사다 먹었으니,
참으로 오랜만에 담그는 김치였습니다.

어제는 이렇게 이모저모로 바빠서
아들 녀석 숙제를 못 봐주었습니다.
우리집 애들 학교에서 주력하는 숙제인
<가족과 함께 한 체험학습 보고서>를 써야 하는 날이었는데요.
하지만 삼돌이 그 전에 몇 번 써본 지라
자기 혼자 쓸 수 있다고 큰소리 뻥뻥 치더군요.
그리고 또 워낙 제가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엄마인지라
그 숙제만큼은 고민하지 않고 거뜬히 해냅니다.
일요일이면 애들 데리고 영화다, 연극이다, 인사동이다, 미술관이다...
하다못해 동네에 있는 호수공원이라도 끌고 다니거든요.
그래서 어쩔 때에는 우리 애들,
<엄마, 오늘은 어디 가지 말고 집에 좀 있어요....>
할 정도였거든요.
요즘은 피곤해서 일요일에 집에 있는 날이 많지만 말이에요.
그래서 다른 집은 정기적으로 내주는 그 숙제를
상당히 골치 아파 하지만,
우리 집 애들은 체험학습보고서만큼은 쉽게 해치웁니다.
<삼돌아, 저번에 아빠랑 과학박물관 간 거 쓰든지,
아님, 뭐 쓸까...>
<알았어요. 나 혼자 쓸 거 있어요.>
삼돌이는 지 방으로 들어가더니 후닥닥 해치우더군요.
뭔가 조금 미심쩍은 면이 없는 바는 아니었지만,
워낙 바빴던지라 들여다볼 틈이 없었지요.
새벽 2시 30분에 김치를 김치통에 두 통 꼭꼭 채워넣고,
아, 뿌듯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학교 갔다온 녀석 가방을 열어봤더니....
어제 숙제해 갔던 체험학습보고서 공책이 눈에 띄더군요.
당연히 열어보았지요.
아래는 우리 삼돌이 넘 체험학습보고서입니다.



[가족과 함께 한 체험 학습 보고서]


<이것을 배우려고 해요> 게임

<몇월 몇일> 3월 30일

<참가 가족> 나

<필요한 것> 눈, 다리 => 돈이 없어 구경만 했으니까.

<이곳에 갔어요> 문방구

<이런 것을 보고 들었습니다.> 문방구 앞에 세워져 있는 100원짜리 게임기 그림을 그려놓았더군요. 친절하게 <코코볼>. <코코볼 나오는 곳>이란 설명까지 써놓았구요. ㅠㅠ

<이렇게 느꼈어요> 여기는 좋은 문방구다.

<더 알고 싶어요> 어떻게 돈만 넣으면 게임이 되나요?


한심한 엄마.......라고
담임선생님이 그러셨겠지요?

에구, 내가 못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