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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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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운을 주는 사람 *


BY 쟈스민 2002-03-26

오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주위에서 참 아름다운 이들을 만날때가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몸에 베인 친절, 다정한 미소를 늘 편안하게 머금고 살아가는 이들이다.

내게도 이제는 그런것들이 익숙할 때가 되었으련만,
나는 어찌된 일인지 아직도 많이 쑥스러워하고,
나를 드러내는 일엔 영 소질이 없는 사람같기만 하다.

하루에 고작 몇마디의 말만을 하고 사는 나는
누가 보면 참 재미없어 보이고, 무미건조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일런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왠지 느긋해 보이고 걱정거리도 없어 보이며,
주머니에 가진게 없어도 뭔가 늘 넉넉해 보인다는 소리를
남들에게서 곧잘 듣곤 한다.

요즘 세상엔 사람 좋아보인다는 말은
결코 칭찬이 아닐수도 있을꺼란 생각이 든다.

뭔가 좀 예민해 보이고, 감성적으로 보이고 싶은데...
어느새 나는 그저 넉넉해 보이는 아줌마로 살아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직장에서 윗 어른들께 아주 살가웁게 잘 하는 이들을 만날때면
나의 경우 곧잘 두 가지의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첫째는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이다.
다만 그것이 그녀의 진심에서 우러난 친절이기를 바라면서
내가 본 그 모습이 그녀의 가장 솔직한 모습이며
그저 거짓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둘째는 뒤돌아서서 좋지 않게 이야기 하면서도
앞에서는 정말 그야말로 천사가 되어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일게 하는 경우이다.

그런 두 가지의 생각들을 내 안에서 걸러내면서
나는 내가 이미 그만큼 세상의 때를 묻히고 사는구나
편견과 순수하지 못한 나의 시선, 좋지 않은 생각들이 이는 내 마음속의 질타 ...
뭐 그런 감정들로 뒤엉켜서 마구 갈등을 겪어내기도 한다.

살다보면 우리는 자신의 자그마한 행동 하나에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는 것 같다.

말로는 무슨 상관이야 그냥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지 ...
난 내 생각대로 살면 그만이야 ...
그렇게 말해 버리지만 함께 어우렁 더우렁 살아가야 하는 세상인 만큼
자신만의 생각으로 관철시킬 부분은 아닐꺼란 생각이다.

여러사람들이 동시에 살아가는 세상이란
자신이 아무리 거짓없이 몸에 베인 친절을 베푼다고 하여도
받아들이는 이의 입장에서는 다소 위선적인 거짓 웃음으로 받아들여질수도
있다는 가정을 늘 배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어쩌면 너무 재미없는 사람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래서인지 사람은 늘 한결같은 사람이 정이 간다.

아마도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모두 만나본 후에 나름대로 내려진 결론의 모습이
그것인지도 모른다.

시시 때때로 변화하는 자신의 감정을 남들에게 들키지 않으면서도
남들에게 항상 평온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그 사람의 내면이 고요하고 평화롭다는 이야기가 될 터이니
그런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멋스러운 사람이 아닐까 싶다.

살아가는 일은
마음을 터놓고 흉어물 없이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꾸밈없이 보여줄수 있는
생활의 작은 재미가 모여서 하나의 소박한 꾸러미를 이루고
커다란 줄기를 이루어 친구를 만들어가는 일은 아니려는지 ...

우연히 마주친 어떤이의 친절이 진정으로 가슴에서 우러난 친절
아름다운 친절임을 한치의 의심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순박한 마음을 간직하고 사는 일이야말로
요즘처럼 각박하게만 느껴지는세상에
커다란 활력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머리속에 오래도록 간직해두어야 할 지식은 아니겠지만
그 보다도 몇배나 소중한 지혜로움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이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운 향기로 인하여
몇 번이나 발걸음을 늦추어 보는 시간엔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것 같다.

빼어난 미모가 없어도
화려한 외양으로 가꾸지 않아도
그저 오래도록 간직해두고 싶은 뭔가가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가져다 주는 여운으로
일상이 아주 많이 달라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지식에 대한 배움보다는
그런 지혜로움에 대한 배움이 더 간절해지는 걸 보면서
늦게나마 조금씩 철이 들어간다고 생각해도 좋을까?

예쁜 얼굴에 무표정한 사람 보다는
수수한 얼굴에 정겨운 미소를 담아낼줄 아는 이가
진정으로 아름다운 이가 아닐까?

누군가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여유로 인하여
저무는 하루해가 짧게 느껴졌다고 한다면
그 사람의 하루는 그래도 썩 좋은 하루였다고 말할 수 있겠지 ...

오늘보다 내일은 좀 더 많이 웃음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한번 웃고 나면 삶의 무게가 조금쯤은 더 가벼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실컷 웃고 떠드는 수다의 장을 만들어보는 것도
한번 더 웃고 좀더 젊게 살아가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난 뒤에도 헤어짐이 못내 아쉽고 다시 만날날이 기다려지는
좋은 사람들을 하나 둘씩 만들어 가는 일은
삶을 보다더 향기롭게 가꾸어갈 수 있게 도와줄 것 같다.

오늘 난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여지며 살고 있었는지...
흐린 오후엔 잠시 그런 생각들을 내려 놓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