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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들이 좋아


BY 칵테일 2001-03-29


나 어릴땐 새어머니가 계신 집이 불편해서 친구들을
내 집에 불러오는 일을 삼갔었다.

나 혼자도 음울했던 그 분위기에 마음이 서늘한데,
내 친구까지 불편한 마음으로 함께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래도 친구들은 내 형편을 잘 알아서인지 나를 자기들
집으로 잘도 불러주었었다.

나는 언제나 깎듯하고 예의바른 아이로 내 친구 어머니들께
좋은 인상을 주었던 가보다.

내가 가면 늘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렇지만 나는 웬지 빚진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너무 행복해보이는 친구 집엔 알 수없는 주눅이
들어 내가 가는 걸 주저했다.

그리고 몇 몇 친구.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노량진 수산시장
에서 생선 좌판을 벌여 어렵게 살고 있던 명숙이네 집.

친구의 어머니께서 젊은 날에 한 남자를 유부남인 줄
모르고 좋아지내다가, 임신이 되어 졸지에 미혼모가
된 채, 평생 내 친구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던 도희네 집.

아버지없이 힘든 남의 집살이하던 어머니때문에 늘 혼자
집을 지키고 놀던 나보다 한살 많은 효래언니네 집...등등.

늘 나는 그런 친구나 언니의 집에만 마음 편히 놀러다녔다.

어릴 때의 나는 나약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무조건 잘 들었었다.

그 친구들은 비록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웬지 나에게는 나보다는 나을 거란 막연한 부러움을 바보
처럼 혼자 마음에 품곤 했었다.

물론 쌍둥이 오빠네 경주네 집처럼 매일 풀방구리 드나
들듯 하는 집도 있었지만....

내가 일부러 찾아가 잠시나마 있다오고 싶은 집은 바로 그런
친구들의 집이곤 했다.

이제 나는 어엿한 내 집에 살고 있고, 내가 원하는 만큼
내 친구들이나 동생들에게 잘해줄 수가 있다.

그래서 내 집을 편히 알고 찾아주는 이들에겐 그저 반가
운 마음과 애틋한 情을 보낸다.

혼자 있는 시간에 너무 익숙하여, 마치 나는 무인도에서
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 수 있을 것처럼 내 스스로
에게 최면을 걸 듯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나는 나 아닌 남들과 마음을 털어놓고 실없는 농담일지라도
함께 나누는 그 공간과 시간과 사람을 사랑한다.

이제는 내가 마음으로 우울해 할 그 무엇이 없다는 것도
이런 나의 마음에 힘을 실어준다.

내 어린 날...
우울하게 찾았던 나의 친구들 집들에서 나 또한 어떤
위안을 받았듯이.....

나를 찾고, 내 집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내 마음 하나
가득 정과 사랑을 실어주고 싶다.

그렇게도 내가 원했던 것들이 지금 이렇게 내 앞에서
하나씩 펼쳐지고 있다는 것에....

나는 진정 마음으로 하나님께 감사한다.

내가 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도록 나를 이토록이나마
안정시켜주신 신께.... 나는 그저 감사한다.

그저 지금 이대로...
내가 가진 이대로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감히 이것을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행복하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