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정부가 자녀 1인당 출산 양육비 1억 원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68

교단일기 2


BY shinjak 2002-03-22

우리 반에 쌍둥이가 있다.
이름은 우중이 소연이 미숙아로 태어나 고생해서 키운 아이들이란다. 우리반에서 제일 키도 작고 몸도 작고 얼굴도 생기다 만 것같은 좀 모자라 보이는 아이들이다.

오늘 아침에는 작은 쇼핑백을 무겁게 들고 우중이가 교실로 들어선다. 노오란 후리자 꽃이 담긴 유리병이다.향긋한 봄의 교향악 같은 후리자의 향기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순간...

꽃을 뽑아 들어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 코 앞에 대 주었다.40 명 아이들 모두의 코앞에. 그 부드러운 꽃잎이 꽃잎처럼 보드라운 아이들 코 앞에서 나풀나풀 춤을 추며 향기를 전달해 준다.

아~ 기분이 좋다. 향기가 좋네.향기롭다. 꼬마들의 탄성이 여기 저기에서 쏟아진다. 오늘도 한 친구의 아름다운 배려로 아이들의 코가 새로운 체험으로 발름 거린다.

하루에 한 번씩 감동을 받는 교육이 참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길쭉하고 투명한 유리 꽃병에 담긴 노오란 후리자 한 다발을 풍금 위에 올려 놓고 이것을 본대로 그려 보세요.

회색으로 꽃병을 그린다. 파아란 색의 크레파스로 물을 그린다.연두색으로 줄기를 자유럽게 이리저리 그린다.노오란 후리자의 모습을 흉내내어 그려낸다. 어떤 정물화가의 그림보다 자유롭고 천진한 그림으로 갑자기 오온 교실에 후리자의 꽃이 가득하다.

연두와 노랑과 맑은 하늘의 파아란 색깔이 넘쳐나는 교실.
1의 4반 교실에서. 병아리 병아리 노란병아리 노래가 터져 나오면서 봄이 가득찬다. 교실 가득 봄이 찬다.

우중이는 자기가 가져온 꽃이 수업 첫 시간을 아름답게 꾸민다는 일에 가슴 벅찬 듯 감동의 눈빛으로 젖어있다.히죽히죽 웃음을 머금은 표정이. 늦게 그림을 그리고 하기싫어하고 장난만 치던 우중이가 오늘은 자세가 바르고,열심히 자기 할 일을 시간내에 끝낸다.
나를 편하게 한 하루 수업이다.

복도를 나가니 여자 신발하고 남자 신발이 신발주머니가 없이 나동그라져 있다. 이거 누구 신발이지요? 소연이하고 우중이가 손을 무겁게 든다. 부끄러운 표정으로. 아침에 꽃을 준비하느라 신발주머니를 잊고 못 가져왔나 보다. 얘들아 신발을 교실로 가져오너라. 신문지를 깔아 주고 나란히 그 신발을 놓으라고 했다.조그맣고 앙증맞은 예쁜 여자 신발 한 켤레와 남자 신발 한 켤레가 나란히 구석에서 아이들과 같이 공부를 한다.피아노에 맞춰 노래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동화도 보고 우유도 마신다.

얘들아 우유는 우유수건 위에 우유를 올려놓고 기도를 해요. 감사의 기도를 하고 선생님 먼저 드십시오.친구들아 함께 먹자 한 모금을 마시고 30번을 씹어 먹어요.꿀떡꿀떡 마시면 꼭 토하는 아이가 생긴다.그러면 교실은 삽시간에 수라장이 된다.소리치고 뛰어 나가고 여러번의 경험으로 천천히 마시도록 좀 시간을 끈다.우유곽 엉덩이를 때리면서 한 방울도 남김없이 마시고 조장이 잘 접어서 걷어 오면 사탕을 준다.

수런수런 교실의 하루는 점점 소란스러우면서 즐거움 속에 빠진다.선생은 힘든 작업이 극에 달한다. 내것 검사 해줘요. 오줌 마려워요. 제 크레파스가 없어졌어요.뒤에서는 싸우고 씨름하고 한쪽에서는 늦게 우유를 마시면서 업질러 놓고 내려다 보고 있고 아이들은 일러 바치느라 내 옷소매가 늘어난다. 전화가 온다.한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 늦게 오겠다고. 또 심부름 온 학생이 들고 온 연락사항 1동에 사는 아이 몇 명 2동에 사는 아이 몇 명인가 빨리 조사해서 숫자를 확인해 보내란다.늘 날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교실의 오전은 숨막히게 돌아간다.그 속에서 아이들은 생각이 크고 마음이 크고 몸이 자란다.

그 틈을 타서 사고가 생긴다. 늘상 있기 마련이다. 짝과 다투다가 꼬집어서 피가 나면 울고 불고 데리고 보건실로 가면 거의 20 여명 남짓 줄줄이 따라온다.

공동체의 생활에서 지혜를 배우고 용서를 배우고 아름다움을 배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