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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와 아동 성범죄자들의 처벌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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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91

두 엄마


BY eheng 2002-03-21

"기쁨이 재웠어?"
"응... 잠투정이 심해서 혼났어..."
"우유 먹이며 재우지."
"어휴~ 그렇게 재우기가 쉬우면... 등을 살살 긁어주다가 다시 깨려고 하면 머리를 한 번 슬쩍 긁어주면 잠이 팍 들어."
"잘 했어. 기쁨이 자는 사이에 우리 이유식 좀 만들자. 죽은 아까 먹었으니까 이번엔 과일 좀 갈아 먹일까?"
"안돼, 똥이 묽어서 과일은 안되겠어. 그냥 죽 한 번 더 먹이자. 그래야 속이 편하지. 너 때문이야. 자꾸 과자만 주니까 그렇지"
"이제부터 안 줄게. 근데 우리 기쁨인 푹 자고 나면 얼굴이 탱탱 붓는데... 그때 너무 귀엽지 않아? 호빵맨같지?"
"당연하지. 그럼. 뉘집 애긴데... 이 세상의 아기들을 한 줄로 쭉 세워 놓고 누가 제일 이쁜가 보면 우리 기쁨이가 최골꺼야."
"그래. 맞아 맞아. 하하하"

웬 철딱서니 없고 푼수 없는 아기 엄마들 얘기냐구요?
아닙니다. 중학교에 다니는 우리 큰딸과 초등학교 3학년인 작은 딸의 대화랍니다.
다들 학원 갈 시간에 이렇게 집에서 애를 보며 즐거워한답니다. 아하!!! 늦둥이를 나았냐구요?
그것도 아닙니다. 기쁨이는 손아랫 동서의 첫아기입니다. 나보다 한참 어린 동서가 아기를 낳았는데 이 어설픈 엄마가 혼자서 아이 키우기 힘들어 바로 근처에 사는 우리집에 자주 들르거든요.(아니, 거의 눌러 앉았습니다.) 기쁨이 엄마는 아기를 맡겨두고 외출을 하거나 낮잠을 자고 우리집 아이들이 기쁨이를 돌보며 아이 키우는 재미에 흠뻑 빠졌답니다. 그래선지 기쁨이가 엄마 다음으로 한 말은 맘마도, 까까도 아닌, 언냐(언니야)입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우리 딸들의 환호성은 월드컵 예선전의 응원 소리보다 더 컸다면 믿으시렵니까?

식구들이 남긴 밥엔 절대로 손도 안 대던 큰딸은 이제 기쁨이 이유식을 먹이며 입가로 줄줄 묻히는 밥풀을 손으로 닦아서는 제 입으로 가져갑니다. 냄새에 예민한 작은 딸도 기쁨이 기저귀 갈아주는데 도가 텄다고나 할까요? 기쁨이 엉덩이에 발라주는 파우더 냄새가 너무 좋다며 하얀 가루분을 제 얼굴에 잔뜩 바르고 좋아합니다.

"꼬맹아~ 기쁨이 깼어. 빨리 안아 줘. 많이 울리면 성격 나빠진대."
"알았어. 그 대신 언니가 내 숙제 마저 해줘야 해."
"어제도 해줬잖아. 나도 숙제 많은데..."
"그럼, 언니 숙제 내가 할까?"
"뭐? 니가 어떻게?"
"언니, 줄넘기 숙제 내가 대신 해줄께. 내 수학문제 빨리 풀어줘."
"정말? 너 줄넘기 500번이야. 확실히 해."
"음, 알았어. 쌩쌩이도 50번 할께. 근데 기쁨이 이젠 침 안 흘린다. 너무 예쁜 새끼지?"
"야... 새끼가 뭐니? 자식이지."
"할머니가 그러셨어. 내 새끼가 젤 예쁘다구."
"그래도 새끼보다는 자식이란 말이 더 좋아."
"으앙~ 언냐, 언냐~"(기쁨이 우는 소리)
"이구~ 이쁜 우리 자식, 일루 와."

두 꼬마 엄마는 기쁨이 달래느라 과자 한봉지, 초콜렛 한봉지를 다 먹이고 그날 밤 기쁨이는 배탈이 났습니다. 그래도 두 엄마의 귀챦은 보살핌을 받으며 기쁨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