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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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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처럼 아름다운 여자!


BY 소낙비 2001-03-28

마틸다!

이웃아파트에 살고 있는 3살아래의 착한 아우다.
친 동기간은 아니지만
나를 '형님'이라고 부르는 마틸다는 키도 크고
건강했고,고등학교,중학교에 다니는 두아들과
자상하고 착한 모범남편이 있다.
우리 둘이는 수영장에서 누가 빨리 가나
수영시합도 하고 아파트뒷산에서
만나 운동도 하고, 봉사활동도 열심히 했었다.
그리고,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할머니들에게는
재미있게 잘가르치는 예쁜 한글학교 선생님이기도 했다.

그런 마틸다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 생길줄 누가 알았겠는가!

재작년 겨울에 전부터 위내시경을 찍어보라는
나의 권유에 우연히 내과에 들러 검사를 했는데
작은 종양이 발견 되었다.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 날짜를 하루 남겨놓고
옆구리가 땡겨 또 검사를 해보니 폐에도 종양이 발견 되었다.
위암, 폐암... 위암은 뒤로 젖혀둔채
폐암수술부터 먼저하고 두달뒤에 다시 위암수술을 받았다.

남편은 술도 담배도 전혀 하지 않는데 왜 폐암이 생겼을까 하며 의아해 했고 억울해 했지만 어쩔수 없는 현실앞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마틸다를 보면서
나는 아무것도 해줄게 없었다.기도밖에는...

수술이 끝나 집으로 돌아와 있을때 들리면
눈물부터 글썽이는마틸다에게
나는 객쩍은 우스개소리로 분위기를 바꾸어
예전처럼 둘이서 잡다한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다 돌아오곤 했다.
때로는 집앞에서 눈물을 멈출수가 없어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서기도 했었다.

어제는 오랜만에 마틸다를 보러 갔다.
휴유증으로 다리에도 염증이 생겨 그동안 통증도 심하고
잘 걷지를 못했었는데
항암 치료를 꾸준히 받고 난뒤에 통증도 완화되고
쩔뚝거리며 집안을 잘걸어 다녔다.
병원가 있는사이 사촌동서들이 도배며 싱크대를
새로 갈았다며 활짝 웃는 마틸다를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어,마탈다야! 머리가 아직도 남아있네"라며 엉뚱한 소리를 하며
들어서는 나를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마틸다는
씩 웃는다."아직은 보기가 괜찮아"
한시간 넘게 웃으며 이야기 하다 일어서는 나를 보며

"형님아! 그래도 아이들이나 남편이 아픈것 보다 차라리 내가 아픈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착한 마틸다!

아름다운 봄날에 환하게 웃는 마틸다의 웃음이
꽃처럼 피어나 내가슴에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