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적부터 시장구경을 유난히 즐기곤 하였다.
좋은 물건이 많은 백화점보다는
사람이 북적대고 볼거리가 많은 시장은
지루한 하루를 즐거운 하루로 바꾸곤 하였다.
특히나 사람을 불러모으기 위해 하는
온갖 몸짖을 보며 다양한 목소리를 듣곤 할때는
입가에 저절로 지어지는 웃음을 감추기 힘들어
소리내어 웃을때도 많았다.
그속에서 산 옷이 때로는 유행을 지나쳐
도저히 입고 나갈 수 없으면서
다음에 나갈때 또 사오고
먼지가 뽀얗게 앉아있을 할머니가 파는
인절미가 맛있어 한입 사먹으며 재미있어하고
한무더기에, 때로는 한근에 얼마하는
팬티를 사가지고 오며 낄낄거려하던 그모습이
봄이 오는 길목에서 아른거려진다.
그 버릇을 못고치고
아기를 가진 막삭때도,
그 아기가 아장아장 걸어 힘겨운 걸음을 하는데도,
봄바람에 황사까지 겹쳐 날아오는 모래바람에
입속이 어적어적하면서도
나는 또 나간다.
시장을 근처에 두며 사는 재미를
나는 한껏 누리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포장마차며,휘장에 이름표를 줄레 줄레 건 트럭하며
그곳은 재미난 구경거리를 포함에
떡뽁기와 오뎅 그리고 순대를 그냥 지나치기 힘들어진다.
배가 뿔룩해가지고 서서 먹는 재미는
입덧을 떠나서 자유로운 손이 있어 그맛이 더 좋고
갓난이를 업고 먹는 재미는
포대기로 인하여 배가 눌림에도 불구하고
켁켁거리며 먹고
집에 와서는 소화가 안돼
다시는 안먹으리라 다짐을 하는 재미도 좋고
이제는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단속하느라
떡뽁기 국물이 턱에 묻은줄도 모르고
오뎅에 묻은 간장한방울이 앞자락에 떨어져
점박이가 되는 줄도 모르고 먹는
그래서 집에 와서 아뿔사 챙피해하는 그 재미도 좋다.
하지만
어느날 그 곳을 그냥 지나치며
나와 같은 모습을 발견하곤 하면
왠지 처량스러워 보이며 안쓰러워보이곤 한다.
남에게 보이는 내모습도 이럴까 하는 마음에
옆에 앉아 말동무라도 되어주며
하하거리고 웃음지으며 같이 먹어주곤 싶어진다.
분명 먹을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먹으면서
먹지않고 보고 지나칠때에는 왜 그다지도 그 모습이 서러워질까!
어른이 보는 어른의 모습을 곱지 않게 봐서 그러지 않을까?
어른은 그러지 말아야 하는 뭐 그런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곳에서 2000원의 행복을 누리곤한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푸짐히 먹고 배 두드리며 오는 길은
세상 무엇도 부럽지 않을 때가 간혹 있으니까.
맛있는 것을 먹었을때 만큼 행복한 경우도 또 없지 않을까?
그것이 반드시
비싼 식당에서 고급 음식을 시켜 한잔의 고급 와인을
곁들여야만 인생이 행복하고 왠지 내가 한계급 상승한거 같고
남들은 다 내 발밑에 있어보이는 걸까?
먼지 앉은 순대와 오뎅을 먹으며
나는 오늘 또 행복해한다.
한입씩 떼어서 먹여주는 그것들을 먹으며 손가락을 빠는
함빡 웃음을 짓는 내 아이도 행복해 보인다.
아이와 나는 작은 포장마차에서 순수한 교감을 나누며
불러오는 포만감에
되돌아오는 집으로의 발길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결코 우아하지도 고급스럽지도 않지만
내 자리에서의 행복이 참으로 좋다.
불뚝불뚝 생각날때
얼른 자리차고 일어나 갔다 올수 있는 그곳이 있어
나는 또 행복해진다.
나와 같이 2000원의 행복을 누릴 사람 여기 붙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