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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그늘에서(3)


BY 다정 2002-03-15

계절이 물러갈 채비를
서두르는 간절기가 싫었다.
어린 마음에
나만 손해 보는 것같은 억울함에.

겨우내 신주처럼
마루를 차지 하고 있던
화분들에게
아버진, 새 숨을 불어 넣어 주고 싶으셔서
굼뜬 나를
닥달하시곤 하셨다.
마당으로 옮기자고.

낑낑거리며 화분을 들어낼때마다
불호령이 사정없이
떨어지곤 했다.
조심하라고,
서두르라고,
새 싹 떨어뜨리지 말라고,
'어떻게 한꺼번에 다 할 수 있남'
궁시렁 궁시렁

'당신 딸인 나 보담
그놈의 화분이 뭔데'

아버지의 시간 계산이 너무 빨라
아직 한기가 서린 마당의 서늘함이
그 잎에 스며들라치면
서둘러서 아버지 나름의
비닐 하우스를 만드시느라
온 하루를 마당에서 보내셨다.
꽃샘 추위가 밉상스러울 정도의 날에
꼭 나를 조수 삼아
예의 불호령과 함께----.

사춘기가 극에 달할 때의 이맘때,
밤마다 꿈을 꿨었다.
마당 한 가운데에서
아버지가 제일 아끼시는
연산홍과 백일홍을 힘껏 내리치는 꿈을.

세월이 흘러
또 간절기기 돌아 왔지만
아버진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젠 그 목소리마저 가물거린다.
그 집에 가고 싶다.
아버지가 가꾸신 그 나무가
아직도 뽐을 내며 있을지______.